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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출 분할상환 최대 5년까지...금융사들은 '부담'

입력 2021.03.02. 16:01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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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금융회사와 컨설팅을 통해 자신의 상황에 맞게 대출 상환기간과 방법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란 반응과 "부담"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2일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오는 9월말까지 그대로 6개월 연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고, 이자상환 유예 실적 감안시 금융권 부담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상환부담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개별 차주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장기·분할상환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연착륙 지원 5대 원칙'을 다음달 1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5대 원칙은 ▲차주의 상황을 고려한 최적의 상환방안 컨설팅 제공 ▲유예 원리금 분할상환시 유예기간 이상의 상환기간 부여 ▲상환 유예된 이자에 대한 이자 부과 없음 ▲차주가 조기상환을 원하는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가능 ▲최종적인 상환방법·기간 등에 대한 결정은 차주가 선택 등이다. 금융회사는 연착륙 지원 5대 원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예시와 다르게 다양한 연착륙방안을 운용할 수 있다.

예컨데 대출금 6000만원, 금리 5%(고정), 잔존만기 1년 일시상환 대출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이 이자상환을 6개월 유예받았다면, 유예기간 종료후 6개월간 매월 기존 이자(25만원)와 유예이자(25만원=150만원/6개월)를 합한 50만원씩 상환할 수 있다.

또 원금일시상환 만기를 2년 연장해 유예기간 종료 후 2년6개월간 나눠낼 수도 있다. 이 경우 매월 기존 이자(25만원)와 유예이자(5만원=150만원/30개월)를 합한 30만원씩 상환하게 된다. 원금일시상환 만기를 1년 연장하고 6개월간은 유예이자 거치기간을 부여해 매월 기존 월상환금액(25만원)만 상환하다 잔여 1년간 매월 기존 이자(25만원)와 유예이자(12만5000원)를 합한 37만5000원씩 내는 방법도 가능하다.

유예 조치가 9월 말 종료되더라도 사실상 돈을 갚는 기간과 방법이 빌린 사람의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5대 원칙 범위 내에서는 방법과 기간을 제한하지 않기로 했으나, 최대 5년까지 상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당연히 채무를 무한정 지속하는 것은 차주 입장에서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지만 코로나19가 극복되더라도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충분히 기간을 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라며 "유예기간의 2~3배 정도의 상환기간, 즉 2~5년 정도 범위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있고 충분히 잘 갚을 수 있는 기간을 금융권과 차주가 잘 협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권 국장은 "분할상환 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을 컨설팅해 금융사와 차주는 갚는 방법을 미리미리 정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거의 대부분 90% 이상은 정상적인 상환방법에 따라 연착륙이 될 것으로 보고 있고, 그 과정에서 휴·폐업 등 일부 어려운 일들에 대해서는 정책금융기관의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나 금융사 부담은 더 커질 듯" 무엇보다 금융위 측은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실질적으로 차주가 상환가능한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상환유예의 취지와 건전성 관리 등 측면에서 용이하다는 입장이다.

권 국장은 "연착륙지원 원칙은 금융회사와 차주간 컨설팅 및 협의를 거쳐 개별 차주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상환스케줄을 정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금융회사는 차주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분할상환방법을 제공하고 최종적으로는 영업상황, 현금흐름 등을 잘 알고 있는 차주가 자율적으로 선택토록 함으로써 책임있는 상환이 가능해 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옥석 가리기 또한 미뤄져 추후 은행이 감당해야 할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충담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 부담도 더욱 커질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선 여신 건전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그런 차원에서 이번 대책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연착륙을 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다"며 "하지만 정상적으로 받아야 할 돈이 계속해서 쌓이니 금융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소상공인들의 재무재표가 일반 기업들보다 신뢰성이 떨어지다 보니 이자 납부는 소상공인의 부실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하고 정확한 잣대"라며 "그런데 이번에 이자까지 또 다시 유예되면서 정상기업인지, 부실기업인지를 제대로 가리기가 더욱 어려워져 앞으로 리스크 관리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연착륙 방안이 적용된 만기연장·상환유예대출의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기존 기준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상환일정의 변경일 뿐 차주의 상환능력 악화에 따른 원리금 감면이 아니기 때문에 채권의 현저한 가치변화가 발생한다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상환 유예 대출을 무조건 정상으로 분류하라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개별 금융사는 부실징후를 감지하는 경우 충분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가 추후 금융권 부실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와 관련, 금융위는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권 국장은 "그동안 꾸준한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 노력으로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는 굉장히 양호하다"며 "생각보다 만기연장·상환유예, 특히 이자상환 유예는 규모는 깜짝 놀랄 정도로 작고 대부분 잘 상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분산시키고 리스크를 관리함으로써 오히려 금융권의 부실이 일시에 촉발되고 연쇄화 되는 것들을 막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1월말까지 만기연장된 규모는 121조원(37만1000건), 원금상환유예 규모 9조원(5만7000건), 이자상환유예 규모 1637억원(1만3000건) 등 총 130조4000억원(44만2000건)이다. 이중 이자상환 유예 비중은 3%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고 대부분 자발적으로 상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4월 신청자의 유예기한이 도래한 10월 실적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이자 상환유예 재신청을 하지 않고 이자를 갚아나가는 차주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부실징후 모니터링은 이자납부 외에도 휴·폐업, 카드사용액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권 국장은 "금융회사들은 유예기간 중 휴·폐업 여부, 공과금 납부, 현장 방문 등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 부실탐지 기능은 이자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하고 있다"며 "실제 개별 은행들은 매월 상환유예 차주의 정상영업 여부를 보고 나서 이 회사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보고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분류기준을 바꾸고 있어 시장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정상적으로 잘 작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참고로 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원금뿐만 아니고 이자까지 상환을 유예하고 있고, 홍콩 정도 외에는 대부분 나라들이 이자와 원금을 한꺼번에 유예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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