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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매표기회로 전락한 '강남 재건축 부재자 투표'

입력 2017.10.12. 18:56 수정 2017.10.12. 19:01 댓글 0개
행정당국의 강력한 법 집행없으면 투기판 우려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1.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미성 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조합 시공사 총회 현장. 현장 설명회 후 실시된 현장 투표 결과는 202표 대 118표로 GS건설의 압도적 승리였다. 하지만 부재자 투표 개표를 하자 결과는 완전히 뒤집혔다. 부재자 투표에서 롯데가 618표 대 404표가 앞선 것. 총회 이전에 이미 결과가 결정됨에 따라 시공사 선정 투표 자체가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현장 투표서 2배차로 이긴 건설사가 부재자 투표로 인해 탈락하는 기형적 재건축 투표 구조에 대해 손질을 봐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부재자 투표의 경우 지자체와 행정 당국인 국토교통부의 감시를 피할 수 있어 돈을 주고 표를 매수할 수 있는 불법을 저지르기가 용이하다. 최근에는 강남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자 일부 건설사들이 부재자 투표에서 돈으로 표를 매수하는 불법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행정 당국의 강력한 법 집행 없이는 이 같은 폐해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측이 커지고 있지만 국토부와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 재건축 수주시장에서 부재자 투표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달 반포 1단지 수주전에서 부재자 투표율이 82.5%를 기록했고, 잠실 미성크로바도 부재자 투표율이 약 70%를 넘었다.

현재 시공비만 1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재건축 사업인 '한신4지구' 역시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부재자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시공사 총회는 15일 개최되며 이날 시공사 선정이 완료된다.

부재자 투표는 시공사 선정 총회에 참석이 어려운 조합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과거에는 통상 1일, 길어도 2일 동안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3일에서 4일로 기간이 늘어났다.

이는 재건축 시공사 선정 부재자 투표가 사전 매표 행위로 변질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표 기간이 늘어날수록 투표하는 사람이 분산 돼 지자체의 감시를 피할 수 있고 금품과 향응을 접대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다.

실제 한신4지구에서 활동 중인 모 건설사 홍보요원에 따르면 최근 부재자 투표 시작되기 전 2~3일 전에 집중적으로 현금을 제시하고 표를 찍어주는 대가로 추가 사례금을 주는 방식이 늘고 있다.

A건설사 홍보요원은 "부재자 투표에 홍보요원과 동행하는 대가로 50~60만원을 제공하고 같이 투표장에 간다"라면서 "투표가 끝난 후 자사의 건설사를 찍은 인증샷을 확인하면 추가로 100~200만원을 지급하는 식으로 표를 매수한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부재자 투표에서 표를 매수하는 것은 시공사 선정 총회의 경우 매수 행위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표 전에 건설사들의 설명회가 진행되고 조합원들도 단체로 모여 투표를 하다 보니 건설사들이 조합원들 개개인들을 상대로 매표 행위를 하기 어렵다.

이에 총회 때까지 수주전을 끌고 갈 경우 패배가 유력한 후발 주자들이 부재자 투표에서 승기를 잡아 최종 수주전에 승리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부재자 투표를 통한 매수 행위를 막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불법 행위가 지속된다면 결국 클린 수주를 외친 건설사들만 피해를 보게된다.

최근 삼성물산이 반포주공 1단지의 수주전에서 발을 뺀 것도 이러한 이유 중 하나다. 반포주공 1단지의 경우 조합원들이 '래미안'의 선호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이 수주전에 나서지 않은 것은 이러한 관행화된 매표 행위로 인해 불법을 저지르지 않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부재자 투표를 앞두고 금품살포 움직임이 나타날 것을 우려한 건설사가 직접 신고센터까지 만들어 운영할 정도다.

GS건설은 한신4지구 부재자 투표일을 앞둔 7일 한신4지구 재건축사업이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신고센터를 운영했다. 특히 금품 향응제공으로 시끄러워지자 조합원들이 SNS 통해 불법 행위 차단을 동참하기를 독려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건설사에 대한 경고 이외에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국토부는 대림, 대우, 롯데, GS, 삼성, 포스코, 현대, 현대산업개발 등 8개 건설사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불법 행위를 하지말아달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이와 더불어 재건축·재개발 공사 수주를 위해 조합원에게 과도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건설사는 해당 사업에 대한 입찰 또는 시공 자격이 박탈하겠다며 전례없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의 불법행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금품·향응 등 위법행위가 적발된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 외에 입찰 제한이나 시공권 박탈 등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이달 말 관련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관련법이 만들어 진 이후에는 사실상 대규모 강남 수주전은 전무하다시 피해 법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이에 지자체와 국토부가 즉각 처벌하지 않을 경우 재건축 시장의 파행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불법 행위를 하는 건설사를 상대로 시공사 선정 취소라는 강한 선례를 만들어야 불법 행위가 근절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지난 10일 지자체와 합동현장점검을 펼쳤으나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대상이라 증거확보나 자진신고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적발되면 바로 형사조치를 취하겠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적발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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