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독감 주사와 다르지 않아"···일상 회복 '한마음'

입력 2021.03.01. 14:26 수정 2021.03.01. 18:49 댓글 1개
첫 접종 광주·여수·화순 가보니
접수→예진→접종→관찰 순서
맞기 전 긴장 역력…후엔 '안심'
순식간 끝나고 이상증세도 없어
지난달 26일 오전 광주 광산구 보훈요양원 고숙원장(58)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회차 접종을 받고 있다. 광주·전남사진기자단

지난달 26일 미증유의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국민들에게 '한줄기 빛'이 될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꼬박 1년37일 만이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광주보훈요양원, 화순 푸른솔요양병원, 여수 흥국체육관 지역예방접종센터에서 기념비적인 첫 접종이 이뤄졌다.

▲광주보훈요양원

지난달 2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산월동 광주보훈요양병원 강당에 설치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실에 입소자인 정진덕(57)씨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서고 있다. 광주·전남사진기자단

"접종 전 아침에 긴장을 다소 했는데 맞고 나니 크게 우려했던 것처럼 심하지 않고 독감접종 때랑 같은 것 같습니다."

광주에서 첫 접종이 이뤄진 광산구 광주보훈요양원에서는 오전 9시30분 첫 접종자인 고숙(58) 광주보훈요양원장을 시작으로 140명의 종사자와 입소자가 순차적으로 접종을 진행했다.

접종할 시간이 다가오자 접종실 내 의료진과 직원들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이들 모두 푸른색의 방호복과 안면투명마스크 등을 착용해 혹시 모를 변수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다.

지난달 26일 오전 전남 여수시 흥국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예방접종센터에서 여수시 첫 접종자로 나선 한국요양병원 김대용 원장(45)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있다. 뉴시스

현장에서 접종을 준비하던 한 의료진은 "안전하게 접종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백신으로 곧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전 9시30분 접종 시간이 시작됐다. 1호 접종자인 상징성 탓인지 접종실로 들어선 고 원장의 얼굴에는 긴긴장감이 역력했다.

고 원장은 1분이 채 안 걸리는 예진이 끝난 후 곧바로 백신을 투여받았다. 왼쪽 팔에 백신 주사기가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몇 초면 충분했다. 고 원장이 백신을 접종받은 직후 휠체어를 탄 입소자인 정진덕(57)씨가 접종실에 들어섰다.

지난달 26일 전국 요양병원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된 가운데 화순 최초 백신 접종자인 장홍주(49·사진우측) 푸른솔요양병원장이 접종 후 이상반응확인실에서 구충곤 화순 군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예진 등 절차를 거쳐 접종을 마친 정 씨는 고 원장과 나란히 모니터링실에 앉아 멎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 씨는 "어떻게 하다 보니 맞은 것 같아 느낌은 별로 없다. 맞고 나니 시원하고 좋다"며 "빠른 시간 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순 푸른솔요양병원

이날 화순군 동면 언도리 푸른솔요양병원도 이른 아침부터 병원 안팎에서는 분주한 모습들이 이어졌다.

병원 직원들은 발열체크와 문진표 작성을 위한 테이블을 마련하는 한편 이날의 접종 대상자들이 적힌 목록을 꼼꼼히 체크했다.

푸른솔요양병원은 혈액암, 유방암 등의 암환자들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항암요양병원으로 접종대상자 71명 중 이날 환자 16명, 종사자 14명 등 30명이 백신을 맞았다.

오전 10시가 되자 본격적인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첫 접종자인 장홍주(47)원장을 시작으로 환자와 종사자들도 차례로 백신을 맞았다. 문진부터 백신접종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0여분으로 접종을 마친 이들은 병원내 물리치료실에 마련된 이상반응 관찰실에서 20여분간 대기했다.

이 날 오전 백신을 접종한 20여명 가운데서는 이상반응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백신을 접종한 환자 11명은 모두 "삶의 희망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 요양병원 첫 환자 접종자인 박혜순(60·여)씨는 "백신을 맞으니 조만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든다"고 소감을 말했다.

손병숙(64) 푸른솔요양병원 수간호사는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여러 암을 앓고있는 환자들이 솔선수범해 백신을 맞았다"며 "많은 분들이 백신을 맞아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수 흥국체육관 지역예방접종센터

"나만 생각했다면 굳이 맞지 않아도 되지만 가족, 요양원 직원들 모두가 건강해질 거라는 믿음에 주저함이 없어졌어요."

이날 여수 흥국체육관 지역예방접종센터에는 입구부터 백신을 맞기 위해 여수 요양시설·요양병원 종사자와 입소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국내 첫 백신 접종을 하게 된다는 기대감에 종사자들은 동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차례를 기다렸다.

요양원에서 종사하는 정모(54)씨는 "긴장될 게 뭐 있나요. 오히려 요양원과 집만 반복하던 시간이 끝나는 게 기분 좋은데요"라며 긴장보단 기대감을 나타냈다.

접종자들은 체육관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발열체크를 하고 예약 순서를 확인한 후 문진표를 작성했다. 이어 작성한 문진표를 들고 의료진에게 예진을 받은 뒤 곧바로 백신접종을 받았다.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팔소매를 걷어올렸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별다른 통증없이 접종이 끝난 탓인지 금새 편안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접종이 끝난 접종자들은 사후 관리와 2차 접종을 위해 전산등록한 뒤 이상반응에 대비, 15분간 체육관에서 대기했다. 어지러움을 호소한 접종자도 있었지만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정상적으로 복귀했다.

대기중이던 김승옥(63)씨는 "백신 접종을 맞겠다고 하니 가족들이 '나중에 맞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만류했다"며 "그렇지만 오히려 우리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꼭 백신을 맞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이삼섭기자 seobi@srb.co.kr·임장현기자 locco@srb.co.kr·여수=강명수기자 kms3056@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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