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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배출 안된다···광주 재활용 비율 절반 밑돌아

입력 2021.03.01. 11:38 댓글 0개
이물질 묻고 일반쓰레기 뒤섞여 분리 배출 실효성 '의문'
음료 용기 등 일부 플라스틱, 열 가공 어려워 '전량 폐기'
일부 자치구, 관련 통계 집계 못해…"각 주체 노력 절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2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창동 한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1.02.27.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가공을 거쳐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는 절반이 채 안 될 겁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창동 한 재활용 분리수거 선별장.

가정·사업장·공장 등지에서 분리 배출한 재활용 쓰레기는 수거 차량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거쳐 2층 컨테이너 구조 건물인 선별장으로 옮겨졌다.

선별장에선 재활용 쓰레기 중 종이·캔·플라스틱·비닐 등 가공이 가능한 형태의 '쓸모 있는' 쓰레기를 골라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음식 주문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용기·스티로폼 배출량도 덩달아 늘어 선별장에선 이른바 '쓰레기 대란'이 났다.

분리 배출한 재활용 쓰레기였지만, 대부분은 비재활용·소각 품목으로 분류됐다.

이물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배달 음식 용기엔 빨갛고 노란 양념이 묻어 나왔다. 종이류로 분류되는 치킨을 담은 상자에선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 나왔고, 마요네즈·식용유 통 등에선 내용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분리 배출 대상이 아닌 품목도 섞여 있었다. 선별장 직원들이 일반쓰레기 봉투를 찢자 각종 음식물 쓰레기, 코팅지, 과일 포장 망, 깨진 병, 도자기, 아이스 팩, 고무장갑 등이 무더기로 나왔다.

재활용품 가공 공정을 거치기 어려운 쓰레기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1층 폐기장으로 옮겨졌다. 폐기장 내 쓰레기는 모두 소각 또는 매립된다.

직원 A씨는 "수거한 재활용 쓰레기 중 절반 가량은 분리 배출이 잘못 됐다. 대부분 양념과 찌꺼기가 남아있거나, 재활용 대상이 아닌 것이 섞여 선별장에 도착한다. 실제 재활용 비율로 따지면 절반에 못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2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창동 한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에서 재활용 되지 못하고 폐기될 스티로폼이 약 5m 쌓여있다. 2021.02.27. hyein0342@newsis.com

외부 선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선별장 한 켠엔 스티로폼 상자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5~6m 가량 높이에 달했다.

스티로폼 상자는 2~3개가 함께 노끈으로 고정됐거나,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비재활용 소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모두 한꺼번에 폐기된다.

선별장 관계자 B(65)씨는 1차 분리 배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티로폼이 1㎏당 400원이다. 스티커와 노끈을 스티로폼 상자에서 제거하는 '불순물 제거 작업' 인건비가 더 든다. 복잡한 제거 작업이면 바로 폐기하는 상황"이라며 "1차 분리 배출만 잘 이뤄져도 자원 재활용 비율이 늘어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제대로 분리 배출이 이뤄지더라도 재활용품 공정 상 문제로 단순 소각되는 사례도 있다.

카페 음료 컵, 스티로폼 일회용기는 같은 플라스틱 품목이라도 재질과 녹는 점 등이 달라 정밀 처리·공정 업체가 마땅치 않다.

B씨는 "같은 플라스틱이더라도 PE(폴리 에틸렌), PS(폴리 스티렌), PP(폴리 프로필렌) 등 종류가 다양하다. 재질에 따라 분류, 가공해야 한다. 특히 카페 음료를 담는 컵은 열 처리 가공이 쉽지 않다. 분류를 하더라도 재처리 업체에서 구입하지 않아 소각하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안일한 분리 배출 습관·공정 상 한계 등으로 재활용 비율은 50~60% 밖에 안 될 것으로 본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실태는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1일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재활용 쓰레기 배출 대비 폐기 비율은 45.49%다. 광주시 전역에서 분리 배출한 재활용 쓰레기 2만8581.31t 중 1만3002.71t이 소각 또는 매립 형태로 폐기됐다.

매년 분리 배출한 재활용 쓰레기가 소각 또는 매장되는 양은 전체 배출량의 40%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마다 재활용 처리 비율이 70% 이상을 기록하는 자치구가 있는가 하면, 동구·서구는 재활용 쓰레기 폐기량 관련 일부 통계를 집계조차 못하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이경희 사무처장은 "효율적인 자원 순환을 위해 각 주체별 노력이 절실하다. 시민들은 올바른 분리 배출을 실천하고, 행정당국은 관련 통계 등을 제대로 관리하고 보완책을 추진해야 한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소각되는 재활용 쓰레기가 많은 만큼, 선별·재가공 기업에 대한 현실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2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창동 한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에서 폐기될 쓰레기가 압착된 상태로 창고에 쌓여있다. 2021.02.27. hyein034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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