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터뷰]소설가 이시우 "호러요? 대답없는 질문같은 거죠 인생처럼"
입력 2021.02.27. 06:10 댓글 0개'이계리 판타지아'·'과외활동'으로 주목
"국내에도 호러 소설 꾸준히 나온다는 것 알리고 싶어"
브릿G 연재 현대 무협소설 '무명의 별' 출간 앞둬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우리나라엔 왜 호러 소설이 잘 안 나올까. 나라도 써볼까?"
이 생각이 호러 소설가로 이끌었다. 장편소설 '이계리 판타지아'를 통해 어반 판타지 장르를 한국적 개성을 살려 풀어내며 주목 받은 소설가 이시우다.
지난해에는 미스터리 스릴러 '과외활동'을 출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등굣길에 여고생의 시체를 목격하게 된 남녀 학생이 살인을 취미로 하는 미스터리한 집단 ‘동호회’과 부딪히며 그들을 와해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의 글 맛은 폭발적인 액션신,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빠른 전개, 개성적인 캐릭터들로 놀라운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러 소설 창작 그룹 '괴이학회'의 창립 멤버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와 판타지 색채가 강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장르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브릿G에서 무협 판타지 '무명의 별'을 연재하고 있다.
'호러 소설가'로 활동하지만 낮에는 딥러닝 AI회사의 프로그래머로 어엿한 직장인이다.
"저에겐 집필은 책상에 앉아서 '글 쓰자'하는 순간부터가 아니다. 회사에 나가서 회의하고 사람들이랑 부대끼고 얽히고 술 한잔하고 하면서 계속 뭔가 머릿속에 축적되는 게 있다고 느낀다. 그걸 이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발산하는 것이다."
공포, 괴담. 그에게 '호러'란 어떤 의미일까?
"대답 없는 질문 같은 거죠. 그래서 더 궁금해서 빠져들게 되는"
그느 "이야기라는 건 필연적으로 독자한테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호러라는 건 질문은 있는데, 답은 없는 것"이라면서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네 인생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도 왜 사는지는 모르지 않나,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런 대답 없는 질문 같은 것이다"
그가 창립 멤버로 활동하는 '괴이학회'는 괴담, 호러 전문 출판 레이블로, 괴담과 호러 콘텐츠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창작 그룹이다.
"옛날부터 나오는 '한국 공포문학 단편집' 시리즈가 있었는데 거기 참가했던 분들 연락하고 만나고 하다 보니 멤버가 모였다"고 했다.
공포 장르 출간물은 출판계에서 비주류이다. 그의 '이계리 판타지아'와 '과외 활동'을 출간한 황금가지에서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을 비정기적으로 출판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포나 호러 타이틀을 달고 출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영미권에서는 호러 작가인 스티븐 킹이 가장 파워 있는 작가 중 하나라는 것을 생각하면 국내 상황은 이례적이다.
'학회'라는 이름이지만 정기적인 모임은 없다. "괴이학회에서는 주제를 정해서 멤버들이 그 주제에 관한 소설을 집필한다, 텀블벅을 통해 성공적으로 론칭한 건 '고양이'가 나오는 괴담, 집을 배경으로 하는 괴담을 모아 출간한 게 있다"는 그는 "다음 소재는 선정 중"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래머답게, 그는 소설도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과정처럼 집필되는 것처럼 보인다. 일상에서 느낀 하나의 질문이 꼬리를 물고, 살이 붙어가면서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나는 방식이다.
첫 작품인 '동호회'도 일상의 한 장면에서 비롯됐다.
"원래 좀 몽상이나 상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제 취미 중 하나가 활쏘기인데 활 쏘러 가는 아무도 없는 장소가 있다. 그런데 아저씨 한 분이 골프채를 들고 농로를 따라 산으로 올라가더라. 저쪽에 인가도 없고 그런데 어디 가는 거지, 왜 가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게 '동호회'라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작품에는 생생한 현장감과 디테일이 살아있다. '과외활동' 속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과 컴퓨터를 해킹하는 장면, '이계리 판타지아' 속 주인공이 활을 쏘는 장면을 예로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소재들은 실제 작가의 취미와 관련됐다. 덕분에 상세한 묘사로 몰입감을 더하는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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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호러 소설이 꾸준히 나오고 싶다는 걸 알리고 싶어"코로나19 사태는 호러 소설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에만 있으니까 나태해지더라. 원고를 많이 못 쓰고 있다"고 했다. "밖에 나와서 스트레스도 적당히 받고 사람들이랑 어울리기도 해야 글을 쓸 거리가 나오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릭 얀시 작가의 '몬스트러몰로지스트'라고 했다.
19세기 말 미국의 괴물학자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미스터리 살인사건 이야기다. 괴팍하고 기괴한 성격의 괴물학자들 뿐 아니라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 '지옥에서 보낸 한철'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 등 실존 인물들이 풀어내는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
작가는 현재 연재 중인 현대 무협소설 '무명의 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초창기 썼던 중단편 소설을 모은 소설집도 펴낼 예정이다.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에 수록된 '이화령'의 장편 개작과 함께 서구권에서 유행하는 '용병단'을 주인공으로 하는 판타지물도 구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장르 소설이 아직 정착 못 했다고 본다. 호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스스로 좋아하는 건지 모르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또 그런 장르 소설이 없는 줄 아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 호러소설 쓰는 사람이 있고,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그가 호러 소설을 쓰는 이유다.
"나중에 대한민국 호러 장르의 역사, 이런 게 있다면 거기 한 자리에 제 이름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하하."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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