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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 美 대북정책 '무소식'···김정은과 협상 나설까

입력 2021.02.26. 15:44 댓글 0개
바이든 취임했으나 북핵문제 해법은 아직
안이한 태도 버리고 대북정책 서둘러 내놓아야
38노스, 바이든 정부 첫 미 전문가의 종합적 정책으로 눈길
'기존 CVID 정책 포기' 등 현실적인 단계적 접근과 원칙 입각 주장
북핵해결은 기존 사고 넘어야 가능... 북미 모두 한계 극복 조짐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미국 바이든 정부가 지난 1월 출범했지만 아직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은 미지수입니다. 30여 년의 긴 역사를 갖고 있는 북한 핵 문제는 북미정상회담까지 열렸지만 해결의 입장 차만 확인했습니다. 이번 <창 넘어 북한>에서는 최근 38NORTH에서 북한 전문가가 제안한 종합적인 대북 외교정책 제언을 모티브로 삼아 양국이 현재의 한계를 넘어 북핵 해결의 가능성으로 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팀 에디터 강영진입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한 지 곧 두 달이 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새로운 미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코로나19나 중국 문제 등 큰 이슈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다는 겁니다. 또 북핵문제 해법이 예전보다 한층 더 힘든 과제가 됐다는 점도 미 정부가 이른 시기에 정책을 내놓기 어려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실제로 미 정부는 아직 대북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며칠 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은 계속 북한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과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어떤가요, 말은 북한 비핵화에 집중한다지만 아직 내놓을 구체적 정책이 없다는 말처럼 들리지 않나요?

point 1. 대북정책 서둘러 내놓아야

그런데요, 미국이 이처럼 미적거리는 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곧 대북정책을 내놓을 테니 '사고 치지 말고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라도 당장 북한에 전해야 한다고 권하고 싶습니다.

메시지를 전하는 행위만으로도 아직 익지도 않은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미리부터 구속할 수 있다고 반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중한 것도 좋지만 모든 형식과 절차를 다 따져서 완벽한 정책을 내놓을 만큼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반박하겠습니다.

30년이 넘는 북한 핵문제 역사는 이미 충분히 깁니다.그동안 미국과 북한은 서로를 충분히 떠볼 만큼 떠본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어려운 문제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해달라는 건 너무 안이한 태도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습니다.

시작부터 목청을 높여서 죄송합니다만 변변치 못한 잡설을 늘어놓으려고 관심을 끌려는 수작이겠거니 생각하시면서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oint 2. 38 NORTH에 실린 첫 종합적 대북정책 제안

이번 주 주제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정한 건 다름 아니라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 전문가가 종합적인 대북정책을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매번 그렇듯 이번 주에도 무슨 얘기를 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난 월요일 38 NORTH라는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에서 '원칙에 입각한 미국의 대북 외교전략(A Principled US Diplomatic Strategy Toward North Korea)'이라는 글을 보고 고민을 털어냈습니다.

미 정부의 사정을 이해하기 때문인지 미국의 전문가들 대부분이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정책 제언을 하거나 논평만 할 뿐이었는데 처음으로 종합적으로 대북정책을 제안한 글입니다.

그렇다고 38 NORTH의 제안이 잘 구성돼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논란과 반발을 일으킬 대목이 많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토론의 계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소개합니다.

북한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38 NORTH는 미국의 스팀슨센터라는 싱크탱크에서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입니다. 꽤 오래도록 운영하면서 시의에 맞고 내용도 알찬 글을 많이 소개해온 덕분에 지명도가 높습니다.

내용을 요약하겠습니다.

이 글은 시작부터 논쟁적입니다. 우선 미국이 기존의 CVID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불가능한 일이므로 보다 현실적인 단계적 접근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김정은은 미국과 외교적 협상에 관심이 있다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경제발전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점,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렇게 봐야 한다는 거지요.

그러면서 원칙에 입각한 대북전략의 골격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원칙으로 여러 가지를 제시했습니다만 너무 길어서 일부만 소개하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영어로 된 원문을 읽어 볼 수 있도록 원문 링크를 걸어 두겠습니다. (▶ 38NORTH 원문 보기)

우선 미국이 정책 검토를 진행하는 중이라도 먼저 북한에 손을 내밀고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준수하겠다고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책 검토가 길어져 북한이 먼저 도발하도록 방치한다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 채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다니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중단 상태를 유지할 경우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유예한다는데 한국 정부와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겁니다.

핵문제 해결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첫 단계는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point 3. 북핵해결 기존 사고 넘어야 가능

위 글은 조엘 위트라는 38 NORTH 운영책임자와 수잔 디마지오라는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이 함께 썼다고 합니다.

주 저자인 조엘 위트라는 분은 오래도록 북한 핵문제를 다뤄왔고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미 국무부에서 일하면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이행을 담당했던 사람입니다. 북한 핵문제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입니다.

그런데 북한 핵문제에 관심이 큰 시청자라면 금방 눈치채셨겠지만 위트의 주장은 많은 부분이 파격적입니다.

비핵화 협상 1단계의 목표가 북한이 우려하는 ‘미국의 적대시정책’ 해소에 있다는 주장과 같은 대목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북한의 주장이 무슨 의미인지 불분명하다면서도 그걸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처럼 논란거리가 많은 제안인 줄 알면서 굳이 소개하는 건 역설적이지만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세계적 핵확산 방지 정책의 일부로만 취급해온 느낌이 강합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미국은 동북아시아 한구석에 있는 북한이라는 나라를 진지하게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공산권 국가가 다 무너졌는데 곧 사라질 것 같은 나라를 충분히 존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실제로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낸 미국 대표 로버트 갈루치 대사는 북한이 곧 붕괴할 것으로 생각해 합의 이행을 서두르지 않았다고 속내를 밝힌 적도 있습니다.

북미 간 1차 핵합의였던 제네바합의는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기로 하는 등 '무리한' 대가를 제공하는 약속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측 대표는 곧 북한이 망할 것이므로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기만적으로 생각하면서 북한과 합의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기 전까지 미국은 북한이 본격적인 안보위협이 될 수 없다고 가볍게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도 지나치게 교조적인 전체주의 국가와 국교를 맺는 일은 미국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 북한은 핵무기를 체제 생존의 결정적 보루로 삼으면서 사투를 벌여왔습니다.

핵 개발 초기엔 북미관계 개선의 빌미로 삼았고 어느 정도 개발이 완성된 뒤에는 미국과 정면으로 맞상대하는 수단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다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 핵잠수함 등 미국을 본격 위협할 수 있는 '절대무기'를 개발하겠다고 합니다.

북한은 왜 이처럼 강경할까요?

그건 북한 체제가 시대 흐름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전 직업상 매일같이 노동신문을 봅니다만 지금도 어이가 없어서 수시로 헛웃음을 짓는 일이 많습니다.

지금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고수한다면 설사 북미가 수교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현대사회의 정상국가로 발전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런 괴상한 체제를 지켜야만 한다고 마음먹었다면, 핵무기처럼 강력한 보복수단을 가짐으로써 누구도 업신여기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종의 과도한 피해망상입니다.

이처럼 저는 북핵 문제가 30년 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악화하기만 한 데는 미국의 무성의와 북한의 과대망상이라는 아이러니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 사이 미국도 북한도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핵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그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더 불안해졌는데도 다행스럽다고 말하는 건 경박스러운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런 기미가 뚜렷한 것이 사실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특한 세계관 덕분에 가능했는지 몰라도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이 그런 분위기 전환을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몇 년 전부터 미국의 국방부, 국무부, 정보기관, 의회에서 나오는 안보상황 평가에서 북한 핵문제는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 북한 핵문제를 시급하고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고 촉구하는 의견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북한도 김정은 시대에 들어 상당히 실용적으로 변화하는 조짐이 있습니다.

2013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연설에서 김정은이 처음 제시한 핵경제병진론은 핵무기 보유로 체제안보는 어느 정도 해결했으니 경제개발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했습니다.

그런 노력이 일단 실패한 뒤 다시 정면대결이니 자력갱생이니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그렇게 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건 누구보다 김정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과 담판을 벌여서 제재 완화를 끌어냄으로써 경제발전을 도모하겠다고 생각한 게 바로 김정은 본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만큼 협상이 잘 진행되지 못했고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미국 대선이 임박했고 새로 등장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아직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고 등등의 이유로 미국과 협상을 일시적으로 유예했을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젊습니다. 30대인 그가 한번 시도한 핵 협상에서 실패했다고 미국과 협상을 포기했다고 판단하는 건 성급할 수 있습니다.

3대 세습 권력자인 김정은은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언제라도 위기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력갱생이니 정면돌파전이니 하면서 할아버지 시대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게 정말 본심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아니면 당장 돌파구를 찾을 방법이 없으니 주민들이 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혼을 빼놓는 꼼수 정도로 판단하는 것이 맞을까요?

위트의 제안이 아니더라도 김정은에게 한 번 정도는 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정착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창 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pzcmari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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