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학폭과 갑질

입력 2021.02.24. 18:28 수정 2021.02.24. 19:20 댓글 0개
최민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문화스포츠에디터

지난 2004년 같은 듯 다른 주제를 다룬 영화 2편이 나란히 개봉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바로 '말죽거리 잔혹사'와 '품행제로'다. 권상우 주연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1978년 서울 한 고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10대 학생들의 일탈과 방황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이른바 검은 교복을 입고 학창시절을 보낸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이야기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의 2030세대의 아버지 세대가 겪은 시간들을 다뤘다. 영화 속에는 지금도 일선 학교에서 벌어진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 학교 폭력을 주인공 현수의 눈으로 들려준다.

같은 해 개봉된 류승범 주연의 '품행제로'는 80년대 후반 고교 시절을 보낸 X세대 이른바 '497세대'(40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497세대는 전두환 정권의 교복 자율화 조치로 사복을 입은 채 학교를 다녔고 경제성장의 수혜를 누리며 자랐다. '품행제로'는 당시 고교생들의 생활을 밝게 그려낸 점이 '말죽거리 잔혹사'와 대비된다.

두 영화는 1970~1980년대의 고교생들의 일상과 교내 '학폭'문제를 실감있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학폭'과 함께 심각하게 거론되는 것이 우리 사회 내부의 '갑질'문제다. '학폭'과 '갑질'은 차원이 다른 사안으로 여겨지지만 본질적 측면에서 차별과 폭력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학폭이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것에 반해 '갑질'은 군대와 직장은 물론 사회 전반에 전 세대에 걸쳐 '독버섯'처럼 퍼져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가해자는 우월한 힘과 지위로 주위의 침묵과 방조 속에서 선의의 피해자들을 괴롭힌다.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긴다. 결국 학폭과 갑질은 대표적 사회부조리로 지도층을 비롯한 대다수 기성세대의 무관심과 무신경, 무감각으로 다음 세대에게 바이러스처럼 퍼져 사회의 건강성을 해친다는 측면에서 그 폐해와 심각성이 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니더라도 작게 보이는 언어폭력도 피해자들에게는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준다.

학폭과 갑질은 차별과 편견, 폭력을 동반한다. 이를 없애려면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이를 일삼는 가해자들에 대한 선처 없는 엄벌과 징계도 요구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민석 문화체육부 부장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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