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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인간존엄·가치 훼손 아니다"···법원 잇단 판결

입력 2021.02.23. 19:54 댓글 0개
대법, 2019년 '리얼돌' 수입보류 취소 판결
이후에도 세관서 수입보류하자 소송 반복
法 "사람 존엄성 훼손아냐…수입 허용해야"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지난 2019년 10월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2019.10.18.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리얼돌(성인 여성 신체와 비슷하게 만든 성인용품)' 수입을 허용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 이후,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며 수입 보류 처분을 취소하라는 하급심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는 지난 18일 리얼돌 수입업체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사는 지난 2019년 10월 중국 소재 업체로부터 성인 여성 전신과 비슷한 모양의 인형인 리얼돌 1개를 수입하면서 김포공항세관에 수입신고를 했다.

하지만 김포공항세관은 지난해 1월 '풍속을 해치는 물건'이라며 관세법에 따라 리얼돌의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했다.

이에 불복한 A사는 지난해 2월 관세청에 이 사건 처분 취소를 구하면서 리얼돌의 통관을 허용해달라는 취지의 심사청구를 했으나, 관세청은 이로부터 90일의 결정기간이 지나도록 청구에 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A사는 "이 사건 물품은 실제 인체 형상과 다르고 세세한 특징이 표현되지 않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며 "법원의 최종적 법률 해석에도 원칙에 위배되는 처분을 해 위법하다"고 이 사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성기구는 신체접촉을 대신해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작·사용되는 도구로서 필연적으로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구현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성기 등 표현이 다소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고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물품은 전체적으로 그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9년 6월 한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제작 리얼돌의 상용화를 사실상 허용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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