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운동부 학생 '학교폭력 대물림'을 근절해야 할 때다

입력 2021.02.23. 14:48 수정 2021.02.23. 19:27 댓글 0개
양선우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미래)

흥국 생명 배구선수인 이다영·재영 자매로 촉발된 학교폭력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지역 사회 내 운동부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도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광주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에서도 10개 학교, 총 22명의 운동부 학생들이 선배나 지도자로부터 폭행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학생은 초등학생 7개 학교,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가 2개 학교 3명, 중학교는 1개 학교 1명 순이었다. 현재 광주시 관내에는 초중고 총133개 학교에서 축구등 각종 운동부를 운영 중이고, 활동 중인 학생들은 약 1,723명에 달한다. 조사에 의하면 이들 중 상당수가 아직도 학교폭력에 신음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유독 운동부 학생에 대한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점을 이해하려면 대한민국 학교체육의 지향점을 살펴야 한다. 현재, 학교체육의 현실은 무조건 이겨야 사는 주의다. 경기에서 이겨야 지도자는 자리를 지킬 수 있고 선수들은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운동부 내 폭력은 정당화된다. 당연히 선수 인성에 대한 교육은 뒷전이다. 인성 교육이 사라진 자리는 이기기 위한 폭력으로 대체된다. 결국, 운동을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문제가 된 이다영·재영 자매이다. 자매의 배구 실력은 어린 시절부터 탁월했고 아무도 제어할 수 없었다. 그런 배구 실력을 바탕으로 그들은 운동부 내 모든 것을 지배했다. 폭력으로 만들어진 성취가 폭로되기 전까지만 말이다. 피해자들의 폭로로 온 사회가 들고 일어설 때까지 자매의 '폭력의 내면화'가 지속된 것이다.

내면화된 폭력은 대물림으로 나타난다. 맞아야 경기에 집중하고 성적이 오른다는 인식을 가진 일부 지도자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공포에 질린 선수들이 맞지 않기 위하여 피눈물을 흘리면서 경기에 출전하는 그 시간 그들은 훌륭한 지도자로 찬양 받는다. 그 사이에 학부모들도 자식들이 좋은 대학에 가고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에 같이 환호하거나 폭력을 묵인한다. 지도자의 잘못된 인식과 학부모들의 용인이 결국 이다영·재영 자매와 같은 '인성이 부족한 스포츠 스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최근 광주시교육청은 운동부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학교폭력 예방, 인권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인권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시류에 편승한 인권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전에도 사건 있을 때면 잠깐 교육을 강화했다가 다시 흐지부지 해왔다. 이제는 단순히 인성 교육과 같은 대책으로는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

SNS가 발달하다 보니, 요즘 피해자들의 운동부 폭력 미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폭로되고 있다. 기억 속에 지워질 뻔했던 학교폭력에 대한 피해도 언제든 SNS를 통하여 순식간에 폭로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국가 대표급 스타라 해도 과거의 행실로 한순간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으니, 그 누구든 함부로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경고다. 과거 운동만 잘하면 폭력까지도 용인된다는 잘못된 인식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팬들의 시선도 예전과는 다르다. 운동 경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 가는 것이다. 팬들은 스타들의 뛰어난 능력만을 보려고 경기장에 가지는 않는다. 운동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를 뒷받침해주는 모범적인 인성 또한 중요한 시대가 됐다. 배구선수 김연경, 축구선수 박지성, 손흥민을 보라. 그들은 실력에 맞는 인성까지 갖추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 운동부의 폭력을 근절하는 근원적 대책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운동만 잘하고 인성이 부족한 선수는 이제 스타가 될 수 없다. 팬이 없는 스타 선수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체육회는 "청소년기에 무심코 저지른 행동에 대하여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한 부분도 일부 있을 수 있다"고 말해 많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 운동 경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는 시점에 무심코 저지른 폭력이니 한번은 용서해주자는 사람들에게 학교폭력 대책을 맡길수는 없다. 디지털 시대의 스포츠 팬들에게 과거의 아날로그적 해법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최근 학교폭력 미투는 새로운 해결책을 요구하는 엄중한 경고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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