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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잔꾀로 민심 얻을 수 없다
입력 2021.02.21. 17:51 수정 2021.02.23. 08:13 댓글 0개사적 영역에서 거짓말은
소수에게 피해를 주지만
공적 영역에서 거짓말은
다수에게 피해를 주고
불신과 갈등과 다툼의 빌미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참과 거짓을 따지지 않고
내가 믿고 싶은 것만 골라 믿는
세상은 참이 서있기 어렵다
국민은 가능성 있는 자를
선택하지 과거에 매어있는 자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라
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구가 밀집하고 질병이 창궐하며 거짓말이 만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펠드먼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평범한 사람이 일상에서 10분에 대략 3번쯤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거짓말은 상대 없이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사달이 나는 것은 악의적, 의도적, 모함, 자기변명, 이익추구, 남을 해치기 위한 거짓말인데, 그것도 들켰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지 들키지 않으면 사실이 되어버린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거짓이 사실로 둔갑했는지 미루어 짐작해보면 누구라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적 영역에서 거짓말은 소수에게 피해를 주지만 공적 영역에서 거짓말은 다수에게 피해를 주고 불신과 갈등과 다툼의 빌미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의전서열 앞자리에 있는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비롯하여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과 법을 집행하는 법무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이 거짓말을 하게 되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자칫하면 거짓말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다가올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열띤 경쟁을 하며 거창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들의 공약이 당선에 목을 매는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역대 대선,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하도 많이 속아 국민들은 익히 알고 있다. 거창하고 그럴듯한 공약은 거개가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후손들을 빚쟁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4000여 년 전 제정된 함무라비법전에 따르면 법전1조는 '다른 사람을 고발하고 증명하지 못하면 고발한 자를 사형에 처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을 매우 엄격하게 금지했다는 걸 우리 현실에 대비해보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짧은 시간에 잘 사는 나라로 평가받는 과정에서 경쟁심이 극대화되어 거짓이 만연했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거짓을 도구로 삼았다는 건 현대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벼슬자리 높은 자 중에 가장 공정하고 권위가 있으며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는 대들보 같은 존재가 있으니 그를 대법원장으로 여겼다. 의전서열 상위에 있으면서 헌정사상 가장 탈 없고 권위를 지켜온 것도 대법원장 이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 전담 판사들에게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한 로비를 부탁했고 실제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찬성표를 찍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청탁받은 국회의원이 사건에 연루되어 법정에 섰을 때 과연 냉정하게 판결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대법원장의 처신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법조계에서 '헌법과 법률상 독립된 판사에게 정치권 접촉을 지시한 것은 직권 남용'이라고 했다. 또한 국회통과 이후 청문회 준비팀은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사용한 법원행정처 PC의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한 것으로 알려지자 법조계는 '공적업무 수행과정에서 만든 청문회 자료를 복원불가능하게 삭제한 것은 공공기록물 폐기죄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어디 그뿐인가. '국회탄핵 문제로 임성근 부장판사의 판사직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에 임 부장 측에서 대법원장과의 면담 녹취내용을 공개해 대법원장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비극이 생겼다. 대법원장을 믿을 수 없어서 녹취했다고 밝혔는데 그 과정이 온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장을 설득해 사실대로 말하게 했으면 대한민국의 도덕성이 추락하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녹취내용이 공개되자 대법원장은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다"고 변명하는 바람에 거짓말 파동으로 이어졌다. 법의 공정성과 권위를 지켜온 수많은 법관들의 위상을 회복시키는 진솔한 참회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장은 임 부장의 사표를 받고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나… 정치적 상황도 살펴야 되고…"라고 했다. 그래서 3권 분립의 존엄성을 훼손했고 권력과 입법부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수십 배나 전파력이 강한 것이 확증편향 바이러스일 것이다. 참과 거짓을 따지지 않고 내가 믿고 싶은 것만 골라 믿는 세상은 참이 서있기 어렵다. 거짓의 만연은 변종민주주의를 파생시킬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멋지고 장중하게 나라를 이끌고 국민을 가리지 않고 섬기며 미래를 펼치겠다고 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모습이 과연 그런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의 무능과 안일함과 허약함을 즐기지 않았는가도 묻고 싶다. 수많은 공약 중에 과연 얼마나 이행했는가도 대답할 때가 되었다. 취임사와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국민의힘과 김종인 위원장에게도 귀띔을 하고 싶다. 약자를 매몰차게 비판하는 것 같아 식자들이 눙치는 것이지 결코 옳다고 지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제발 알았으면 한다.
일본은 지진과 화산폭발 등 지리적 약점 탓에 대륙 콤플렉스를 짊어지고 있어서 침략근성을 버리지 못한 채 한반도를 늘 노리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느닷없이 부산과 일본의 해저터널 공약을 내밀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약을 먼저 발표하자 꾀를 낸다는 게 해저터널이었다.
생각해보라. 북한지역을 통과할 수 없다면 해저터널의 존재가치는 헛공약일 뿐이다.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일해저터널은 우리나라 서해에서 중국의 산동반도까지 또 해저터널을 연결해야 하는 거대한 숙제가 남는다. 해저터널 전문가와 경제적 가치, 남북교류 가능성, 한일 간의 경제부담, 위험감소와 운영세칙, 지질조사와 영불해저터널 사례 연구들을 외면한 채 입방정을 떤 꼴이다. 어쩌면 선거를 앞둔 의도적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잔꾀로 세상인심을 얻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연전연패하는 까닭을 되새겨봐야 한다. 국민은 가능성 있는 자를 선택하지 과거에 매어있는 자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라. 국민의힘에 충고한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것은 강한 종도 똑똑한 종도 아니고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라고 했음을 기억하라.
* 광주·전남 대표 정론지 무등일보는 영남일보(경상), 중부일보(경기), 충청투데이(충청), 제민일보(제주)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역신문사들과 함께 매주 화요일 연합 필진 기고를 게재합니다. 해당 기고는 무등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칼럼> 나는 증오한다 고로 행복하다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는 "증오란 신성한 것"이라고 했다.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쓴 드레퓌스라는 사람을 옹호하면서 한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신성한 증오'엔 저절로 머리가 수그러진다. 그러나 요즘엔 이런 증오를 보는 게 영 쉽지 않다. 물론 증오를 발산하는 이들은 사회정의를 내세우겠지만, 특정 진영논리에 사로잡히는 순간 그 사회정의는 내로남불의 하위 개념으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증오는 대부분 이런 내로남불형 증오다.혹 주변에 증오를 자주 발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 관찰해보시라. 그들은 대부분 옳은 말을 한다. 그게 그렇게까지 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선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망정 비난받아 마땅한 일에 대해 비난하는 것에 대해선 일단 긍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증오를 자주 접하다보면 그 어떤 일관된 패턴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증오의 대상이 진영 중심으로 어느 한쪽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사적인 자리에선 정치 이야기를 한사코 피하는 사람일지라도 누군가가 불쑥 꺼내는 정치 이야기까지 틀어 막을 수는 없는지라 그냥 들어야 할 때가 있을 게다. 잠자코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홀로 이런저런 반론을 제기하고 싶을 게다. "그런 특성은 당신이 추앙하는 사람이 훨씬 더 심한 것 같은데, 왜 이 사람만 비난하지?" 이런 생각을 발설했다간 싸움 나기 십상인지라 그냥 자기 머릿속에서만 반론을 제기해야 한다. 사실 관계가 다른 과장과 왜곡이 섞여 있는 주장일지라도 그걸 지적하는 것조차 위험하다. "음. 선동 전문 유튜브를 많이 보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가는 게 좋다.사회과학자로서의 직업병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평소 공사(公私) 영역에서 그런 증오를 발산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유형을 분류하곤 한다. 아무리 대화를 해봐야 내로남불을 내장하고 있는 진영논리라는 방탄벽을 뚫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분석이나 해보자는 자세로 돌아서서 하게 된 게 유형 분류다. 증오의 이유 중심으로 볼 때에 생존투쟁, 쾌락투쟁, 인정투쟁, 이익투쟁의 네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첫째, 생존투쟁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하는 증오다. 미국 작가 에릭 호퍼는 "열정적인 증오는 공허한 삶에 의미와 목적을 줄 수 있다"고 했는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강성 지지자들 중에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많다. 삶의 공허함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아닌가. 그런데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한 차원에서 격렬하게 증오할 대상을 찾아 증오의 발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자신의 사회적 쓸모와 중요성을 확인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의로운 일이 된다. 어느 정당에서건 강성 지지자들의 진정성과 열정이 감동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강할지라도 그들의 주장대로만 가면 당은 망할 수밖에 없는 역설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우선적인 건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이지, 그마저 희생해가면서 당의 성공을 바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둘째, 쾌락투쟁은 자신의 즐거운 쾌감을 위해 하는 증오다. "증오와 사랑은 같은 호르몬을 유발하는 것 같다." 영국 소설가 그래함 그린의 말이다. 이 주장을 입증하겠다는 듯 미국 정신분석학자 오토 케른베르크는 '즐거움으로서의 증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격노에서 파생된 증오는 매우 유쾌한 공격적 행동을 낳을 수 있다. 다른 이에게 고통, 수치심, 아픔을 유발함으로써 느끼는 가학적 쾌감, 다른 이의 가치를 깎아내림으로써 얻어지는 환희가 그것이다." 공적 영역에서건 사적 영역에서건 진정성과 열정을 갖고 증오의 언어를 내뿜는 사람들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얼굴들만 모아 그림으로 보여줄 수 없는 게 안타깝다. 그들은 개인적으론 쾌감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엑스터시(ecstasy)의 경지에 이르렀겠지만, 문제는 그런 엑스터시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점일 게다.셋째, 인정투쟁은 자신의 소속 집단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하는 증오다. 그 집단이 비공식 집단이며 느슨하게 구성돼 있을지라도 한 개인의 일상적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면 위계질서가 엄격한 공식 집단 이상의 영향력과 규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 집단의 구성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증오하는 대상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면 외로워질 뿐만 아니라 정도가 심해지면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테레사 수녀는 "가장 나쁜 병은 나병도 결핵도 아니다. 아무도 존경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고, 배척받고 있다는 느낌이 가장 나쁜 것이다"고 했다. 사실 배척받고 있다는 느낌은 공포다. 그런 공포를 피하는 건 물론이고 무난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도 증오 발산의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넷째, 이익투쟁은 자신의 현실적인 이익을 위해 하는 증오다. 이는 증오를 팔아 돈을 버는 일부 언론과 유튜브 등 이른바 '정치군수업자들'의 선전·선동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선전·선동을 사회정의로 포장하는 '증오 마케팅' 능력이 워낙 탁월해 정의에 목 마른 신도들로부터 적잖은 헌금을 거둬들인다. 특정 정당이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역으로 내려가면 반대 정당이나 진영에 대해 "누가 더 강한 증오와 혐오의 언어로 공격하나?"를 겨루는 경쟁이 벌어진다. 그런 풍토에선 개인이나 자영업자에게도 증오를 표현하는 건 먹고 사는 문제와 무관할 수 없는 일이 된다. 모두가 다 증오의 방향으로 뛰면 그 증오의 심정과 언어를 공유하면서 따라 뛰어야만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다.이렇듯 우리 사회에선 자기 진영의 이익과 그 진영에 소속된 사람들의 여러 개인적인 이유들로 인해 증오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나는 증오한다 고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어서,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람이 어렴풋한 수준일지라도 소속 진영 없이 살아가기는 어려운 일인데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고질병인 내로남불이 일반 시민들의 일상적 삶에까지 파고 들어 생활화되는 걸 당연하다고 여길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모두 그 누구도 증오하지 않음으로써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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