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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여고 미투' 교사, 1심 실형···피해자 측 "형량 낮다"

입력 2021.02.19. 13:27 댓글 0개
아동·청소년 성보호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재직 때 학생들 특정 신체부위 만진 의혹
1심 재판부, 징역 1년6개월 선고 법정구속
"오래 전이지만 피해자 진술 대체로 일관"
시민단체 "실형 환영…낮은 형량 아쉬워"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박현준 수습기자 =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재직 당시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전직 교사에게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마성영) 심리로 열린 전직 용화여고 교사 50대 A씨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각 5년 취업 제한 등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일부 부인하거나, 설령 있었다고 해도 추행의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며 "이에 5명의 피해자와 10명의 목격자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진술을 들어봤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8년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수사기관에서 법정까지의 피해자들 진술은 구체적이고 의심할만한 내용이 없었다"며 "용화여고 학생 신분이었던 피해자들의 신고 경위도 자연스럽고, 피해자들이 조사를 받을 때 무고죄를 감수하면서까지 피고인에 대한 허위진술을 할만한 동기는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피해자들은 피고인이 학생들을 잘 가르쳤고 실력도 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적대적으로도 보이지 않았다"며 "비록 시간이 지나 진술 일부가 일관되지는 못했지만, 피해자들이 오래 전 당한 피해 사실을 대체로 일관되게 진술한 만큼 그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교육자로서 피해자들을 지도·보호해야 하는 지위임에도 제자들을 10여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추행했다"며 "도망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법정구속하겠다"고 했다.

A씨는 용화여고 교사로 재직한 2011~2012년 사이 학교에서 학생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손이나 손등으로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학교 내 교실과 생활지도부실에서 학생들의 숙제를 검토하고 면담하는 등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손바닥으로 치거나 양팔로 어깨를 감싸는 등의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2018년 A씨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으나, 이후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진정서를 접수하면서 보완 수사를 통해 지난해 5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스쿨 미투'가 진행되던 2018년 3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를 꾸리고 SNS를 통해 교사들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한편 이날 선고 이후 피해자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형이 선고된 것은 다행이지만, 구형(징역 5년)보다 형량이 낮은 점은 안타깝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용화여고 졸업생들과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발 이후 3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 흘렀다"며 "5년 구형에도 불구하고 징역 1년6개월이라는 판결은 피해자가 겪어야 했던 고통에 비하면 너무나도 부족한 형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의 판결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이번 재판을 시작으로 다른 스쿨 미투 가해자들에게도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B씨는 "실형이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이나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이 5년 밖에 안 되는 건 아쉽다"며 "저 혼자였다면 이렇게 못 했을 것 같다. 다른 피해자들도 지속적으로 같이 일할 수 있는 지지자들을 확보한 다음에 미투를 하고, 시민단체들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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