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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더 소중한 삶과 사람을 위하여
입력 2021.02.18. 11:33 수정 2021.02.18. 20:01 댓글 1개우연히 TV에서 어릴 적 보았던 서부 영화인 '마켄나의 황금'이 나오고 있었다. '마켄나의 황금'은 1969년 개봉한 미국 서부 영화로 50년 전에 내가 감명 깊게 본 영화다. 이 영화는 광활한 사막지대와 아파치 족들의 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파치 족의 신들이 지키는 황금 계곡에서 황금을 노리는 인간들의 탐욕과 끝없는 욕심에 사로잡혀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들의 이면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그에 대한 경계 그리고 1800년의 서부 개척 시대의 이국적인 풍경들은 영화를 사랑하는 내 감수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10대 시절의 향수를 깨운 이 작품을 다시 보면서 현재의 나와 묘하게 오버랩 되기 시작했다.
2020년 1년 내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의 삶 속에서 대한민국 사람들은 최악의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 심각한 코로나 불황 때문인지 사람들은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렸는데 특히 20~30대 젊은 사람들에게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은 전 연령층으로 번져나갔다. 낮에 운동을 나가는 중년들의 휴대폰에서도 어디에 투자해서 얼마 벌었다는 등의 달콤한 투자 수익 무용담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이런 급등하는 주식 시장에서 나는 다소 소외되고 의기소침해지자 분노라는 감정이 쌓였다. 그러다 보니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과 이웃에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고 어떨 때는 격한 감정을 표출하고 말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런 심난한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겨울밤의 달빛이 고고하게 비추고 쌀쌀한 바람이 불자 나는 매일 가는 산책로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길을 걸으며 나는 깨달았다. '수신정심(修身正心), 몸을 닦는 것이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있다'. 마음에 노여움이 있으면 올바름을 얻지 못하고, 마음에 두려움이 있으면 올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나는 물욕에 흔들리고 마음이 감정에 따라 움직여서 부를 다스리지 못하고 올바름을 얻지 못했다.
물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또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지만 그 노력이 보상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분노와 좌절이라는 감정이 나를 혼란하게 만들었다.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면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와 아픔을 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공원 언덕 위에서 멀리 보이는 아파트의 불빛과 겨울 밤하늘에 천천히 빛나는 별빛들을 보며 옛이야기가 떠올랐다. 조선시대 유명한 도공 우명옥은 계영배라는 술잔을 만들었다. 계영배는 잔에 술을 넘치게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사라져 버리는 지나침을 경계하는 잔으로 거상 임상옥은 그 계영배를 늘 옆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렸다고 한다.
나는 4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까지 마음속에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새기고 살았다. 30, 40대의 너무 격하고 정도가 지나친 생활로 가정을 힘들게 했던 내 삶을 바로잡아줬던 사자성어를 다시금 되새겼다. 지나친 물욕과 걱정으로 인해 삶의 불안함을 극복했다고 생각했지만 경제 불황으로 이끈 코로나의 상황은 나를 황금계곡으로 이끌었다.
무엇이 소중한 삶인가? 단순히 얻고 보상받는 물질적 욕구를 채우는 행복은 마켄나의 황금처럼 끝없는 갈등과 전쟁뿐이다. 현실을 쫓아가다 보면 어리석은 탐욕과 마주치게 되고 때론 우리 삶의 주체가 욕망으로 가득 찰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속에 끝없이 솟구치는 욕망을 방치해두어서는 안 된다. 지나친 욕망을 버리고 마음을 올바르게 바로잡으면서 행동으로 지혜롭게 조절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목표는 소중한 삶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살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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