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행동경제학

입력 2017.10.12. 08:45 수정 2017.10.12. 18:24 댓글 0개
김종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대표이사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낮선 용어다. 인간의 실제 경제적 행동을 금전적인 면뿐만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생리학적 견지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그 결과를 규명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의 ‘합리적인 인간’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렇다고 인간을 비합리적 존재로 단정 짓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온전히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부정하고, 이를 증명하려는 것이 행동 경제학의 견지다.

행동경제학에는 생소한 용어들이 많다. ‘보유 효과’가 있다. 어떤 대상을 소유하거나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겨 객관적인 가치 이상을 부여하는 소비심리다. 반품 보장 서비스와 같은 체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일단 체험을 해보면 그 제품에 대한 가치평가가 높아지게 돼 계속 보유하려는 경향이 생기므로 반품하는 사례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다.

‘손실 회피성’은 같은 금액이라면 손실을 이익보다 훨씬 더 크게 느끼는 현상을 가리킨다. 손실에 대해 느끼는 가치의 크기가 이익으로 인한 가치의 두 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쌍곡형 할인’은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비교할 때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다. 대다수 사람은 현재의 10만원을 1년 뒤 10만원보다 높게 평가한다. 이같은 경향이 강한 사람들은 현재의 만족을 희생시켜 미래를 준비하는 연금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닻내림 효과’는 처음 접한 정보가 기준점이 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편향(왜곡)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명품업체가 매장에 최고가의 물품을 가격표를 보이게 진열하는 것은 반드시 판다는 목적이 아니다. 그보다 못한 500만원짜리 가방이 그다지 비싸지 않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소비를 촉진한다. ‘심리 회계’이론도 있다. 같은 돈이라도 사람의 마음이 이를 다르게 분류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생긴 돈을 공돈으로 분류해 쉽게 써버린다는 설명이다. 이 이론으로 로또 당첨자 상당수가 파산하는 현상에 대한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십 수 년 전까지 주변부에 머물렀던 행동경제학이 주류 경제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심리 회계’이론을 확증한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72)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다. 그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저자이면서 ‘승자의 저주’ 저자로도 익숙하다.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등과 함께 행동경제학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두 교수는 앞서 2002년과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어느 분야든 인간의 심리 분석이 중요해 졌다. 김종석 논설실장 bellsto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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