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코로나19 학교현장에서 희망교실로 답하다

입력 2021.01.18. 17:24 수정 2021.02.14. 20:04 댓글 0개
독자 발언대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이옥자 전대사대부중 교사

코로나라는 단어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버린 2020년, 3월에 모든 학교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이리 오래갈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래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우리의 일상을 되찾겠거니 했다. 그러나 생전 처음 접하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거쳐 5월에서야 등교개학은 시작되었고, 온라인수업과 대면 수업이 병행되는 가운데 학생들과의 소통은 갈수록 더 큰 고민으로 다가왔다.

'20여년을 모둠수업을 실시해오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그것도 시험대열로 앉은 학생들과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하나?', '기초부진 학생들의 학습은 어떻게 진행해야 학습결손을 줄일 수 있을까?', '2학기가 되었는데도 마스크를 벗은 채 식사하는 학생의 맨(?) 얼굴이 너무나도 낯선 우리의 거리는 어떻게 좁혀야 하나?'

코로나로 인해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 아이들이 등교하는 날이면 담임으로서 전달사항을 쏟아내고, 수업과 수행평가를 한 번에 해결하려 달려드는 내 모습이 흡사 뜨거운 불속으로 날아드는 불나방 같다 여겨져 피식 웃음이 나왔다. 5일 같은 하루나 이틀을 보내면 학생이나 교사나 모두 녹초가 되는 기분이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힘든 터널에서 광주희망교실은 우리 아이들과 나에게 따뜻한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광주희망교실을 통해 학생들과의 '적은 수 단위 게릴라 만남'을 자주 하는 것이 소통과 학습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수업이 진행되는 날 학생 수 7~8명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짜장면 데이트'를 가졌다. 짜장면을 먹으며 가정에서의 생활습관과 온라인 학습의 어려움, 중학교 3학년인 만큼 진로와 관련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다. 그 중 한 학생은 가정환경이 여의치 않아 그룹 홈에서 생활하는데, 함께 지내는 3명의 동생들과 맨날 먹어도 배가 고프다는 이야기를 우스개처럼 할 때는 마음이 너무 아팠었다.

나중에 이 학생에게 희망교실 카드로 치킨을 앱으로 선물했더니 인증사진이라며 옹기종기 모여앉아 맛있게 먹고 있는 사진을 보내줘서 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희망교실 정서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짜장면 데이트'는 교사와 학생의 교감의 끈을 놓지 않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다.

기초가 부진한 3명의 학생들은 역시 온라인 수업이 실시되는 날 중 일주일에 하루 대면수업을 진행했다. 1학기에는 대학생 교육봉사 멘토와 함께 2~3차례 진행했고, 2학기는 방역과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 나와 학생들로만 진행하고 있다.

일주일마다 하루를 오전시간에 나온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은 성실하게 참여했다. 나 역시 다른 대면수업 없이 오롯이 이 친구들과 1시간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곤함도 없고 보람도 큰 수업이었다.

수업 방식은 기본 개념 위주의 수학문제집을 사주고, 거꾸로 수업처럼 온라인 수업으로 미리 접했던 내용을 확인한 후 문제집을 통해 풀어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수업은 아이들의 입에서 "벌써 끝났어요?", "시간이 빨리 가요"와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고, 역시 공부란 천천히 기다려주고 함께 가면 결국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평소 모둠수업을 통해 학생들 끼리 배움이 일어나게 하고, 기초가 부족한 친구들은 또래 멘토-멘티 자율 수학동아리를 만들어 지도했다. 담임이 아닌 해는 희망교실 동아리로 연계하여 운영했다. 코로나 19로 접촉이 조심스러운 상태에서도 1대1 또래 멘토링은 계속 운영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하루 등교하는 날 점심시간을 이용한다.

올해는 희망교실을 학급으로 신청하여 동아리는 지원하지 않지만 꾸준히 운영을 하고 있다. 점심시간을 빼서 또 학습지도를 하기란 쉽지 않지만 학기 초 수학 상담을 신청한 학생의 말이 나에겐 촉진제가 되고 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 덕분에 살아있어요" '엥? 수학 상담을 하고 싶다더니 무슨 말이지?' 너무 감당이 안 되는 말이었다. 작년에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끌고 가주어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도 들고, 아직은 성적이 많이 오르지 않아 힘들지만 공부와 진로를 놓치지 않게 해주어 고맙다는 말이었다. 선생님은 모르시겠지만 작년에 모든 것이 답답하고 모든 것을 놓고 싶을 때 자신을 붙잡아주는 끈이었다는 말에 새삼 보람되고 뿌듯함을 느꼈다.

꾸준히 하면 자신도 잘할 수 있겠냐는 그 아이를 보며 '교사는 누군가의 미래를 어루만져주는 사람'이라는 말의 무게감이 다시 한 번 느껴졌다. 그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모든 활동이 코로나19로도 막을 수 없는 우리의 희망교실, 희망학교이리라.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