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 민주화와 사회적 약자에 헌신했던 숭고한 삶

입력 2021.02.08. 18:30 수정 2021.02.08. 18:30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한국 민주주의의 또 하나의 별이 졌다. 평생을 한국 민주화와 사회적 약자에 헌신하며 인간의 존엄성 지키기에 앞장서온 강신석 목사가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생애는 유신 군부독재 반대에서 5·18민중항쟁 진상 규명에 이르기까지 한국 민주주의 운동과 민족통일, 교육, 인권 운동 등 역동적인 근현대사에 다름없었다.

강 목사의 뜨거웠던 한 생이 8일 국립5·18묘지에 안장됐다. 엄혹했던 유신시절(1976년), 광주 양림교회에서 유신 반대 성명서 낭독을 주도해 옥살이를 시작한 그의 민주 사회운동은 전 생애로 이어졌다.

1980년 예비 검속 대상이었음에도 시민군과 함께했고 이후 독일대사 면담, 독일방문 등을 통해 오월 진실 알리기에 앞장섰다. 1980년 12월30일 '고난 당한 자와 함께 드리는 예배'를 통해 오월의 넋과 진실을 기리는 한편 양심수 옥바라지등을 21년 동안 이어갔다. 김영삼 정권 때는 역대 최초로 100만명 서명 운동을 이끌어 5·18특별법 제정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핵심 관계자들을 법정에 세우는데 기여했다.

해직교사 뒷바라지·전교조 합법화 지원 등의 교육민주화, 장애인 인권운동 등 사회운동 뿐 아니라 미전향 장기수의 사회 적응 지원과 북송운동 등으로 남북화해에 물꼬를 텄다는 평도 받았다.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과 한국전쟁, 군부독재와 민주화 등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강 목사의 영전에 남은 이들이 절절한 그리움을 바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고 강신석 목사님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경의를 표하기 위해'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빈소를 찾아 "광주의 중심, 기둥이었다"고 기렸으며 이용섭 광주시장은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한줄기 빛이었다"고 밝혔다.

해방공간에 수재들이 다니던 학교를 나와 신학 공부 후 일신의 영화가 아닌 진실과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섰던 그의 삶은 돈이 신이된 자본주의 시대에 많은 가르침을 선사한다. 한 존엄한 인간의 전 생에 걸친 희생의 세례를 받고 자란 후대들은 어떤 다짐을 해야할까. 삼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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