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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경찰들 "공수부대 잔인한 진압에 광주시민 분노"

입력 2017.10.11. 15:47 수정 2017.10.11. 15:54 댓글 0개

【무안=뉴시스】 배동민 기자 = "공수부대의 잔인한 진압 방식에 시민들이 분노해 거리로 나왔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지역 치안을 맡았던 경찰관들의 증언은 계엄군의 잔혹함을 보여주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11일 오전 청사 5층에서 '5·18민주화운동 과정 전남 경찰의 역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당시 치안 업무 등을 맡았던 경찰관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다.

5·18 이전까지 광주는 비교적 평화로운 시위가 진행됐다.

당시 전남경찰청 소속 한 기동대원은 '5월16일 집회가 끝나고 부대원끼리 백양사로 야유회를 갈 정도로 치안엔 문제가 없었는데 18일 광주로 돌아오려 하니 군이 시내 전역에 배치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기동대원은 '끝나면 서로 고생했다고 하면서 내일 보자고 인사를 나누고 음료수를 나눠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극은 공수부대가 투입되면서 시작됐다.

'착검한 M16 소총을 매고 1m 가량 되는 목봉으로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가격', '군홧발과 목봉으로 실신 상태를 만든 후 기절한 사람의 다리와 머리 부위를 군인 두 명이 잡아서 올리는 식으로 트럭에 실었다', '긴 곤봉을 들고 젊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서 차에 실어 후송했다. 고개도 못 들고 차에서 내리면또 곤봉으로 때려서 피투성이를 만들었다' 등의 증언은 계엄군의 잔혹함을 보여줬다.

강경 진압하는 계엄군을 제지하거나 항의했지만 오히려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는 경험도 털어놨다.

한 경찰관은 '금남로 일대에서 계엄군이 연행한 학생 4~5명을 경찰에 인계했는데 훈방했다는 이유로 공수부대 대위가 도경찰국 작전과장의 조인트(구둣발로 정강이뼈를 걷어차는 행위)를 까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공수부대와 자주 충돌했으며 만약 경찰에게 무기가 있었다면 교전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경찰들은 공수부대의 만행이 광주시민들을 무장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공수부대의 과격한 진압으로 시위 양상이 전투적으로 바뀌었다', '공수부대의 잔인한 진압 방식에 시민들이 분노해 거리로 나왔다',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시위 진압으로 구경꾼에 불과하던 시민들을 시위 주체로 만들었다', '공수부대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자 시민들이 무장했다'고 평가했다.

강성복 전남경찰청장은 이날 "시민 보호의 무한 책임이 있는 경찰이 군의 과격 진압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한 점, 포고령 위반자 검거와 같은 신군부의 수습 활동 참여 과정에서의 과잉 행위 등 경찰의 미흡한 조치에 대해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5·18의 완전한 진상 규명에 기여하기 위해 수집한 증언과 자료를 영구 보존하고 관련 자료와 참여자들의 증언을 계속 발굴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gug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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