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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두달간 야숙하던 수만 명 농부 수도로 진입···충돌

입력 2021.01.26. 21:19 댓글 0개
농부들 모디 총리의 농업개혁 결사 반대…제헌절 진입
[뉴델리=AP/뉴시스] 26일 제헌절을 맞아 두달 간의 야숙 농성장을 떠나 수도의 축하행사장인 레드 포트까지 진출한 인도 농부들이 요새 앞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의 깃발은 인도 삼색 국기가 아닌 펀자브주 시크교 니산사힙 기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인도 수도 북부에서 두 달 가까이 야숙 농성을 벌이던 수천 명의 농부들이 '공화국의 날'인 26일 수도 뉴델리로 진입해 경찰과 충돌했다.

뉴델리 진격에 참여한 농부는 수만 명에 이르며 이들이 동원한 트랙터만 1만 대에 달한다고 BBC, AP 통신 등이 전했다.

농부들의 이날 수도 진입은 사전에 여러 번 경찰과 만나 상의를 거친 것이지만 농부들이 합의된 시위 행진 루트를 버리고 시내 주요 지점으로 내달려 경찰과 맞붙었다.

1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있으나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을 쏘아댄 시위에서 큰 사고나 인명 피해는 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화국의 날 연례 행사장인 뉴델리의 레드 포트(요새)를 점거한 농부들의 과격한 행동은 이들의 동절기 교외 농성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18년 총선서 대승을 거두며 재집권한 힌두 국수주의 바라티야 자나타당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권은 코로나 19로 누적확진자가 미국 다음으로 최다 발생한 가운데서도 9월 농업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제한시킨 농산물의 판매, 가격 및 비축을 자유화하는 법으로 농업에 대한 민간 투자의 완전 허용이었다. 13억7000만 전인구의 반이 넘는 농부들은 그간 정부 보조금과 곡물가 사전 조정 등이 사라져 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극력 반대했다.

인도 농업은 전체 경제생산에서 15%밖에 차지하지 않고 정부 보조에도 빚에 치여 자살한 농부들이 지난 2년간 2만 명이 넘는다. 농부들은 법안 무효 조치를 요구하며 11월 말부터 뉴델리 북쪽을 중심으로 수도로 통하는 도로를 봉쇄하는 야숙 농성에 들어갔다.

[뉴델리=AP/뉴시스] 인도 경찰들이 26일 합의 시위 루트를 버리고 바리케이틀 부수며 수도 시내로 진출하는 농부들을 추격 해산하고 있다

모디 정부는 이달 초 18개월 간 법률 유예안을 내놓았으나 인도 북부의 추운 날씨에도 수천 명이 야숙 시위를 계속하던 농부들은 완전 무효 외에는 응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1월26일은 인도 헌법 제정의 제헌절로 모디 총리는 레드 포트에 나와 화려한 군사 및 문화 퍼레이드를 사열 참관했었다.

이날 총리는 아침 일찍 간소화한 행사를 마치고 돌아갔으며 곧 농부들의 뉴델리 진입 작전이 개시되었다. 농부들은 기중기와 로프를 이용해 경찰들의 콘크리트 및 철제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외곽이 아닌 도심으로 가는 길을 열고 레드 포트에 올랐다.

3억 명 우선 주사를 목표로 하는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16일부터 시작되었지만 누적확진자가 1100만 명을 바라보고 총사망자가 15만 명을 넘어선 어려운 상황에서 모디 총리가 농업개혁법을 고수할지 주목된다.

2018년 5월 8억 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7주간 주말 순차 투표에 나서 최대 인구 민주국에 걸맞는 세계 최대 규모 선거를 치러냈던 인도에서 정기 총선이 내년으로 다가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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