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마케팅 출구 전략으로 힘을 얻고 있는 유튜브

입력 2021.01.25. 10:30 수정 2021.01.25. 19:24 댓글 0개
이진국 경제인의창 ㈜에덴뷰 대표·경영학박사

'당신이 원하는 TV, 당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서 보는 TV'라는 의미로 2005년부터 시작한 유튜브가 방송 콘텐츠와 광고 시장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 3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국민 2/3 이상이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플랫폼 이용자 98.6%(복수응답)가 유튜브, 15.8%는 네이버TV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민 10명 중 6명은 1주일에 절반 정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V 시청 인구보다 유튜브 시청 인구가 훨씬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에 TV 방송 채널조차 유튜브 채널에 가세하고 있고, 기업과 공공기관·정치인·일반인까지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의 등장은 기존 유통구조와 광고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신문·TV처럼 한 방향으로 정보가 흐르던 시기가 지나고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목적에 맞는 정보와 영상을 고르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재밌지 않거나 시청 목적에 어긋나면 채널을 돌린다. 틀에 박힌 방식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어려워졌다. 점점 단순 명료하고 포장되지 않은, 확실한 제품과 콘텐츠를 구매하려 한다. 진솔하고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때문에 기업들도 자사 제품 홍보에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며 발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전남 해남의 한 배추밭에서 연기와 내레이션을 선보인 '배추밭에 간 까닭은'이란 영상은 25일 기준 133만회 재생됐으며, 1만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경영진 출연으로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데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아이디어 중심의 콘텐츠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2012년 'do test'라는 제목의 1분29초짜리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안전 방범창 '스마트 락' 제품의 강도를 테스트하는 장면이 우스꽝스럽게 담겨 있었다.

ST시스템으로 알려진 회사의 직원 2명이 나와 제품의 장점, 특징을 간략히 설명한 후, 유리창을 부술 기세로 열어 젖힌다. '제발 우리 제품을 알아주세요'라는 간절함의 몸동작이었다. 엄청난 힘과 반동에도 제품은 끄덕없었다.

해당 영상 댓글에는 '살 테니까 그만하세요ㅋㅋㅋ'와 함께 25일 기준 233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SNS·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존 영상제작이 고비용·엘리트 영역이었던데 반해, 일반인이 만든 단순한 영상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진실과 정직'이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고 매출로 이어졌다. 소비자를 설득하는데 필요한 소구방법은 단순화되고 있으며 점차 전문가와 비전문가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바를 충족하는 영상에 언제나 시간을 쓴다. 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시간 제약 없이 홍보할 수 있게 됐다. 영상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기업도 똑같이 적용된다. 기업의 노하우와 알고리즘, 거대한 데이터가 만나 자신의 회사 제품과 정보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어느 때보다 소비자의 힘이 커진 시대에 그들이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마케팅 전략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거리두기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반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계속 강조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시장은 지난 1년간 비대면 소통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증명해왔다.

팝 아트 거장 앤디 워홀은 '예술과 사업, 돈 버는 것이 같다'고 말하면서, 아주 평범한 것도 특별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가장 좋아했던 소재인 코카콜라 병을 보며 "대통령이나 유명 배우, 그리고 가난한 사람 모두 똑같은 콜라를 마신다"고 말했다. 유튜브가 가져온 변화는 많은 사람이 즐기고 누리는 평범한 것이 특별한 콘텐츠가 되고, 시장에서 훌륭한 제품으로 성장한다는 그의 말을 방증하고 있다.

유튜브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코로나로 어려운 이 시기에 이용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감수성과 솔직담백한 콘텐츠로 소비자의 눈을 자연스레 끌 수 있는 마케팅이 새로운 출구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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