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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이어 '이용구 부실수사' 파문···신뢰 잃은 경찰

입력 2021.01.25. 08:00 댓글 0개
경찰, 당초 "이용구 블랙박스 못봐"…내사종결
택시기사 "경찰이 폭행 블랙박스 봤다" 주장
'정인이 사건 3회 신고' 이어 신뢰성 논란 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정인이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1.01.0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숨진 16개월 여아 '정인이 사건' 부실수사 파문으로 국민적 질타를 받은 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블랙박스 영상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경찰은 이 차관의 혐의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장면이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이 지워졌고 복원이 안돼 보지 못했다고 알린 바 있는데, 사실은 사건 담당 경찰이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봤던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올해부터 1차 수사종결권을 확보하는 등 경찰의 수사 권한이 커진 직후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면서 경찰 조직을 향한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이용구 폭행 사건 무마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단을 편성하고 전날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이 차관에게 폭행을 당한 택시기사 A씨가 30초 분량의 휴대전화 영상을 경찰 출석 당시 수사관에게 보여준 것이 맞다고 전했다.

이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었던 지난해 11월 초 A씨를 폭행한 혐의로 신고됐다. 목적지에 도착해 술에 취해 잠든 이 차관을 깨우자 욕설을 하며 A씨의 멱살을 잡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가 택시기사였고 사건이 택시 안에서 벌어졌지만 차량이 멈춘 상태였다는 점을 들어 이 차관에게 일반 폭행 혐의를 적용했고, A씨가 이 차관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알려오면서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단순 폭행은 '반의사 불벌죄'이기 때문이다.

이에 왜 이 차관에게 피해자 의사와 상관 없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환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을 적용하지 않았느냐는 논란이 일어난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며 언론 등에서 이 차관의 폭행 사건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영상은 지워졌고 복원이 안돼 보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사실 담당 경찰관이 영상을 봤던 것으로 밝혀져 의심의 눈초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해당 영상에 대해 이 차관 측은 전날 "블랙박스 영상은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어떤 경위에서든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은 다행"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경찰은 정인이 사건 신고를 3차례나 접수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양천경찰서 관계자들은 지난해 5월25일, 6월29일, 9월23일 정인이를 입양한 부모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도 부실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양천경찰서장 및 여성청소년과장 등은 이달 초 대기발령 조치됐다.

[과천=뉴시스]박미소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1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1. misocamera@newsis.com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건 담당 경찰서 및 경찰 조직 전체를 상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청원글을 올리는 등 분노를 표출했다.

이달 4일 올라온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전날 오후 기준 32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후 김창룡 경찰청장은 같은 달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청장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건 담당 관계자에 대해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앞으로 사회적 약자 보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올해부터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책임 수사'를 강조한 경찰을 향한 논란은 다른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전북 전주에서는 한 현직 경찰관이 사건을 덮어주는 대가로 수사 대상자에게 거액의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B경위는 특정 사건 관련, 수사 대상자에게 사건 무마를 대가로 약 1억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그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직권남용 등 혐의가 적용됐다.

B경위는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지검은 앞서 같은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관 C씨도 구속한 바 있다. C씨는 사건 관계인에게 B경위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거액의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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