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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재판 잇따라 연기···시간 끌기 나서나

입력 2021.01.24. 12:40 수정 2021.01.24. 15:44 댓글 0개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관할 이전 신청
“과거 대법원서 이미 신청 한 차례 기각”
회고록 2심도 연기…“기차 표를 못 구해”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전두환씨가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재판을 받은 뒤 부인 이순자씨 손을 꼭잡고 3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30. photo@newsis.com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형사와 민사재판 1심에서 모두 패소한 전두환의 항소심 재판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전씨가 광주에서 재판을 받지 않겠다고 또 관할 이전 신청을 제출하는가 하면 '기차표를 구하지 못했다'고 재판 일정을 미루면서 형이 조속히 확정되기를 바라는 광주 시민들의 염원과는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24일 5·18기념재단과 법조계에 따르면 전씨 측은 광주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15조에 따라 최근 대법원에 관할지 이전 신청을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15조는 관할 법원이 법률상 이유 또는 특별한 사정으로 재판권을 행할 수 없을 때와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운 염려가 있을 때 상급 법원에 관할 이전을 신청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전씨의 관할이전 신청서를 검토해 결론을 내릴 때까지 재판 관련 기일은 정지된다.

앞서 전씨는 1심이 진행되던 당시에도 토지관할 위반과 건강상의 이유 서울에서 재판을 받겠다며 두 차례 이송 신청을 냈었다. 그러나 2018년 대법원은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운 객관적 상황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씨의 관할이전 신청을 최종적으로 기각했다.

전두환 회고록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 항소심도 1년8개월만에 지난 22일 재개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전씨 측은 코로나19로 기차표를 예매하기 어려워서 날짜를 바꿔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달 26일로 기일을 연기했다.

전씨가 이미 한차례 기각됐음에도 또다시 관할 이전 신청을 제기한 데에는 재판 일정을 늦추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씨 회고록 민·형사 소송을 맡은 김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이우스)는 "광주지방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렵다는 취지로 관할위반 신청을 한 전씨 측 주장은 이미 1심 재판 과정서 기각된 바 있다. 전씨 측이 항소심에서 또다시 문제 삼는 것은 재판 지연 등 다른 목적이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지역법관 제도가 없어졌고 전국 법원에 법관들의 순환근무가 정착된 현재 재판부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합리성이 결여된 주장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행한 역사의 해결은 망각이나 우회적 회피로 달성될 수 없고, 진정한 반성과 사과로 용서받을 때 가능하다는 1심 재판장의 충고를 전씨 측이 경청하고 항소심 재판과정에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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