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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하루전 폐교로 충격"···은혜초 학부모들 일부 승소

입력 2021.01.23. 08:00 댓글 0개
방학 하루 전 기습 폐교인가 신청
폐교인가 신청 반려에도 결국 폐교
1심 "학교 측, 정상화 노력 안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지난 2018년 1월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8.01.17.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학생수 감소' 등을 이유로 폐교를 기습 통보한 서울 은혜초등학교를 상대로 재학생 및 학부모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황순현)는 재학생 및 학부모 등 188명이 학교법인 은혜학원과 이사장 김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공동해 원고들 중 재학생들에게는 각 300만원을, 학부모들에게는 각 5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단 원고들 중 학교를 이미 졸업하거나 신입 입학을 앞두고 있던 6명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보고 기각했다.

서울 은평구 소재 은혜초의 학교법인인 은혜학원은 지난 2017년 12월 이사회를 개최해 이사 전원의 동의로 학교의 폐교를 의결했다.

이에 학교 측은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같은달 28일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에 폐교 인가 신청을 내고 같은 날 학부모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사립학교의 회계구조상 수년간 지속된 학생 결원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누적됐고, 서울시 교육청은 폐교를 권고했다"며 "2018년도에 정상적인 학교운영이 불가하다는 판단에 따라 2018년 2월 말 부로 폐교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부교육청은 학교 측에 학부모들의 동의서·교직원 고용 대책 등 보완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으나 학교 측이 이를 내지 않자 2018년 1월12일 "보완 요청한 사항에 대한 학교 측 이행의지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폐교인가신청을 반려했다.

이후 학교와 서부교육청은 폐교 논의를 중단하기로 하고 정상적인 신학기를 운영하기로 했으나 학교 측은 남아있던 30여명의 재학생 측에 전년 대비 2.5배 인상된 390여만원의 수업료를 납부하라고 안내하고, 개학 때까지 담임교사를 배정하지 않았다. 결국 남아있던 재학생 전원이 전학을 결정하게 되면서 학교는 2018년 3월8일자로 사실상 폐교됐다.

이에 재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학습권 및 교육권 침해로 정신적 충격을 입었으니 재학생에 각 500만원, 학부모에 각 250만원을 배상하라며 학교 측을 상대로 2018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학교 측은 폐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에게 미리 예고해 의견을 수렴하거나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기습적으로 폐교를 통보했다"며 "교육청으로부터 반려처분을 받았음에도 학교 운영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전출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재판과정에서 "교육청의 권고에 따라 폐교를 결정했고, 적법절차를 준수해 폐교인가 신청을 했다"며 "그 과정에서 교육당국의 권고 및 지도를 충실히 이행했으므로 폐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교법인이 가지는 사학의 설립 및 운영의 자유에는 학교를 종국적으로 폐교하는 결정을 할 자유도 당연히 포함된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초등교육에 대해 무상의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기에 국가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사립학교의 운영이나 폐교를 감독·통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관할 교육청 및 학교 구성원들과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인 폐교를 결정·통보했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고려한 적절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폐교인가신청을 반려당했음에도 학교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김 이사장의 행위는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원고 재학생들 및 학부모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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