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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문소리·김선영·장윤주 쎈언니들의 감정 대결...'세자매'

입력 2021.01.23. 07:00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영화 '세자매'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2021.01.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세 자매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아버지 생일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개와 고양이가 만난 듯 으르렁 거린다.

이 집에서 가장 잘나가는 둘째가 폭발하자, 맏이의 외동딸은 육두문자를 날린다.

"어른들이 왜 이렇게 사과를 하지 않느냐"며 따진다.

영화 '세 자매'의 클라이맥스라 할만한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같이 자랐지만 개성이 전혀 다른 세 자매다. 공통점은 커녕, 세 자매 모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영화는 극적인 사건보다 인물의 상황, 감정이 돋보인다.

첫째 희숙(김선영)은 "미안하다", "괜찮다"는 말을 달고 산다. 버릇없는 딸과 가정에 무관심한 남편에게도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못하고 괜찮은 척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왔는데 마음의 병이 컸던 탓일까. 암까지 걸렸다.

둘째 미연(문소리)은 남부러운 것 없는 인생처럼 보이지만 가식과 위선이 가득하다. 번듯한 아파트에 교수 남편에 교양 있는 척하지만 자녀들에겐 강압적이고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면서 내면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셋째 미옥(장윤주)은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로 술에 취하지 않은 날이 없다. 아들이 있는 남자와 결혼해 '돈 때문'이라는 소리를 듣고,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주변을 당황하게 만든다.

[서울=뉴시스] 영화 '세자매'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2021.01.22 photo@newsis.com

영화는 위태로운 세 자매를 통해 치유하지 못한 가족 간의 상처를 따라간다.

외도, 가정 폭력 등 자극적으로 버무릴 수 있는 소재가 등장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이야기 전개는 섬세하고 깊이 있다.

가족 문제를 단편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나는 과연 상처 주지 않았는지", "진정한 사과를 했는지" 등 평범하고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관객들에 던진다.

"연기의 끝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승원 감독의 의도가 두드러진다.

문소리와 김선영, 장윤주는 밀도 높은 연기력으로 세 배우의 앙상블과 에너지로 꽉 채워졌다.

다만 몰입도를 높이는 사건 사고 없이 몰아치는 인물의 감정과 갈등이 벅차게 느껴지기도 한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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