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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칫' 침 뱉는 시늉은 폭행죄 성립할까···1심 "그렇다"

입력 2021.01.22. 09:01 댓글 0개
1심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 나와
"코로나 유행 상황에서 공포감 줘 죄질 불량"
실제로 침 뱉지 않았어도 폭행죄 인정 된 것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여성들만 골라 침을 뱉는 시늉을 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에게 1심 법원이 폭행 유죄를 인정했다.

실제로 침을 뱉지 않았지만 폭행이 성립한다고 본 건데, 이 사건 판결이 2심과 대법원에서도 인정될지 주목된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전날 서울북부지법 형사11단독 정완 판사는 상습폭행 혐의로 기소된 A(23)씨 선고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사회봉사 80시간, 보호관찰, 40시간의 폭력치료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7월15일부터 8월21일 사이 서울 중랑구 상봉동 일대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지나가는 여성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시늉 등을 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마스크 쓴 얼굴을 피해자들에게 들이밀고 크게 "똑딱", "뿡뿡", "칫칫", "푸욱" 등의 소리를 내며 침을 뱉는 시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중 1명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지난해 8월 A씨를 입건했고, 조사 결과 확인된 피해자만 2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임신부도 1명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자전거를 타고 주거지를 배회하다 범행 표적으로 삼기 쉬운 젊은 여성에게 최대한 가깝게 접근해 피해자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침을 뱉는 것과 같은 소리를 냈다"며 "피해자를 놀라게 하고 도주하면서 뒤를 돌아보고 피해자가 당황하는 걸 관찰하며 즐기는 행위를 최소한 23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대부분이 갑작스런 이런 행위에 놀랐고 일부지만 실제로 피고인의 침이 신체에 묻는 피해까지 당해 코로나19에 의한 감염증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의 정신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침을 뱉는 행위는 폭행으로 보는 게 국내 법원의 태도이다.

일례로 지난 2016년 층간소음으로 다투다 이웃의 얼굴에 침을 뱉은 남성이 1심과 2심에서 폭행 혐의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침을 실제로 뱉지 않고 시늉만 했음에도 법원이 폭행죄로 인정한 것이다. 일부 피해자에겐 침이 튀긴 했지만 23명 중 대다수는 시늉이나 소리에 놀라기만 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꼭 침이 몸에 닿지 않고 근거리에서 이같은 행위를 하는것만으로도 폭행의 범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람의 신체에 직접 맞지 않더라도 물건을 신체에 근접한 거리로 던지거나 손발을 휘두르는 행위 자체도 폭행에 해당한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심이 확산된 시기에 이같은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폭력성이 더욱 인정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태림 유선경 변호사는 "코로나19 시국이 아니었다면 피고인의 나이가 젊고 전과가 없는 점, 또 일부 피해자와 합의를 한 점을 들어 벌금형이 선고됐을 것 같다"며, "하지만 피고인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할 것처럼 굴어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줬다. 죄질이 불량한 점을 고려해 형이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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