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표절(剽竊)

입력 2021.01.21. 18:50 수정 2021.01.21. 19:34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논설위원

표절은 창작영역에서의 도둑질을 일컫는 말이다. 타인의 저작을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학문이나 예술 영역에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인용하거나 차용하는 행태로 한때 도덕적·윤리적 문제로 간주됐다. 지적재산권 개념이 확산되면서 범죄라는 인식이 높아가고 있다.

타인의 창작물 활용이 또 다른 창작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오마주(hommage)가 그 하나다. 영화에서 특정 감독이나 작가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해당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존경'의 표현방식으로 표절과는 엄밀히 구별된다. 어원이 프랑스어 '존경', '경의'를 뜻하는 오마주에서 유래했다. 패러디도 다른 사람의 저작을 차용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출처를 밝힌 '풍자적·해학적'표현을 지칭한다. 표절이나 오마주와는 다르다.

'복붙(복사+붙여넣기)왕'이라 칭할만한 한 일반인의 표절 행위가 시끄럽다. 손 모씨가 문화상 공모작을 통째로 배껴다가 지난해 각종 공모전에서 5번이나 수상했다는 것이다. 손씨는 2018 백마문화상 수상작인 김민정 작가의 단편소설 '뿌리'를 복사해서 자신의 작품인양 응모했다. 소설 뿐 아니라 보고서, 노래가사·사진·슬로건 등 닥치는 대로 표절해 다양한 공모전을 휩쓸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사회 지도층을 포함한 명망가들의 학위표절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더니 내로라하는 인사들의 표절 논란은 유야무야 적당히 묻혀갔다. 문단에서도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소설가로 날리던 신경숙씨가 작가인생 절정에서 표절논란으로 문단을 떠났다. 당시 신 작가의 표절 논란은 문단의 권력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출판사인 창작과 비평사가 면죄부를 줬고 문단권력의 은폐라는 비난을 샀다. 작가는 '나 자신의 기억을 믿지 못하겠다'라는 신기한 표현으로 대응했다. 신씨는 올 봄 책을 출판하며 본격적으로 문단에 복귀한다는 소식이다.

이 복붙왕에게 고소고발이 이어질 것이란 소식이다. 명망가들의 표절이 시간에 기대어 묻혔던 양상과 좀 다르다. 한 개인의 일탈에는 이토록 온 사회가 분노하면서 왜 유명인사들의 행태에는 관대하거나 금방 잊어왔을까. 괜한 궁금증인가.

조덕진 논설위원 mdeung@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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