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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감평사, '문서탁상자문' 갈등 결론···"법 위반 아니다" 판결
입력 2021.01.18. 14:21 댓글 0개공정위. 시정명령·과징금납부명령 등 취소…구두만 허용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문서 탁상자문 금지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18일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지난 14일 공정위가 협회에 부과한 시정명령, 통지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협회가 구성사업자에게 문서 탁상자문을 금지하고 이를 지키도록 강요한 것에 대해 사업자단체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지난 2019년 10월28일 행위중지명령, 행위금지명령, 법 위반 사실에 대한 구성사업자 통지명령 및 홈페이지 공표명령과 과징금 5억 원 부과를 의결했다. 이에 협회는 공정위 의결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재판의 핵심 사항은 문서 탁상자문 금지가 탁상자문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가였다.
탁상자문은 감정평가 대상 물건에 대해 현장 조사 없이 서류 검토만으로 추정가액을 예측해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협회는 문서 탁상자문은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어 지난 2012년 이사회에서 탁상자문 방법을 문서에서 구두로, 특정 가격 제시에서 범위 가격 제시로 변경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구두 탁상자문이 가능한 상황에서 문서 탁상자문 금지는 탁상자문시장의 용역거래를 전면 제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협회 김순구 회장은 "감정평가 의뢰 전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탁상자문은 잘못된 관행은 물론 감정평가사제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고, 감정평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에 따라 앞으로도 문서 탁상자문을 금지하고, 별도의 문서화 없이 일정 범위(30%)의 추정 가격만 알려주는 구두 탁상자문만 허용할 방침이다.
또 감정평가사가 수수료를 받은 후 평가서를 발급하는 것을 감정평가 업무 원칙으로 정립시킬 방침이다. 현재 정식 평가 의뢰 전 감정평가 가액정보를 사전에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그동안 탁상자문을 둘러싸고 금융권과 감정평가사간의 '갑질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감정평가 업계는 금융기관이 정식 감정평가 의뢰 없이 탁상 자문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금융기관은 수수료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근저당권 설정 비용과 인지세 등 수수료를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금융기관(채권자)이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 여신거래 표준 약관이 개정된 이후에는 이 같은 경향이 더 심화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금융기관이 여러 감정평가사에게 탁상 자문을 의뢰한 뒤 도중에 철회하는 방식으로, 입맛에 맞는 자료를 골라 쓰면서 비용은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횡포를 일삼기도 했다. 이른바 '가격 쇼핑' 논란이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해 발표한 감정평가산업발전 개선방안에 감정평가 의뢰 전 가액정보 요청 및 특정가액 요구 금지 등 잘못된 관행 개선을 명문화했다. 탁상자문이 가격쇼핑 등의 불공정행위에 해당해 감정평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협회는 재판과정에서 국토부가 발표한 감정평가산업발전 개선방안을 제출하고, 탁상자문 문제점을 재판부에 설명한 것이 승소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희곤 의원으로부터 탁상자문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지난해 12월 기술평가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특정 평가결과에 대한 사전협의 등 평가 관련 부적절한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달부터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시행 중이다.
가이드라인은 공정한 기술평가를 위해 사전에 유리한 평가결과를 제시하는 기술신용평가기관을 선택해 의뢰하는, 이른바 '등급쇼핑'을 금지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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