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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주한미군이 수상하다···동북아 안정자에서 美中 경쟁 첨병으로

입력 2021.01.17. 09:37 댓글 0개
미국, 전략적 유연성 앞세워 중국 대응 집중
美 조야서 주한미군 활용성 증대 요구 봇물
커트 캠벨 "중국 행태 방치하면 평화 끝난다"
바이든 정부, 韓에 대중 강경 대응 요구할 듯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20일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사 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념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미연합사령부 제공) 2020.11.20. photo@newsis.com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동북아 전략 환경에서 안정자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전력이다. 주한미군 주둔 근거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최대 목적은 대북 억지에 의한 한반도 평화 확보다. 한국의 대북행동 억제도 고려사항 중 하나다. 주한미군은 북한을 억지하되 남한까지 동시에 억제하는 이원적 봉쇄 역할을 수십년간 수행해왔다.

그랬던 주한미군이 역할을 바꾸려 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동북아 안정자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는 전투조직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 현안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지만 실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움직임이 근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우려 사항이다.

임기 종료가 임박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에서 주한미군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5일 한미연구소가 주최한 화상대담에서 "미 연방법전 10조에 근거해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준통합사령부로서 존재한다"며 "자신은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대중국전략과 연계해 임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한미군의 주둔과 준비태세는 원칙적으로 미한 상호방위조약 요구사안을 맞추는 데 있지만 인도태평양의 안정화가 요구될 경우 이에 대한 지원 제공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이 같은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9년 2월 미 상원에 출석해 "주한미군 주둔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안전도 보장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방어막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 남중국해 항행

주한미군의 적이 중국이라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은 갈수록 심화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반영한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7일 미국의소리 방송(VOA)에 "주한미군 전력을 온전히 한반도의 방위에만 사용해야만 한다는 세간의 인식은 정확하지 않다"며 "미한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향후 중국과의 역내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 역시 이 문제에 방관하거나 중립적인 위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처럼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중국의 군사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테러 전쟁에 국력을 쏟아붓는 동안 중국은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군사력 강화에 매진했다. 중국은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하에 전력을 증강해왔다.

중국은 이제 태평양 지역에 있는 미군 전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까지 급성장했다. 중국이 건설한 중거리미사일전력 중 DF-21, DF-26과 같은 미사일은 미군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중국의 위협이 가중되자 미국은 주한미군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낡은 F-16 전투기를 스텔스 전투기인 F-35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한편 사거리가 300㎞ 수준인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을 사거리 750㎞ 수준의 프리즘(PrSM) 미사일로 교체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뉴시스] 캠프 험프리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중 전략경쟁 시기 미국의 군사적 대응: 한반도 전략상황에의 함의' 보고서에서 "F-35는 보이지 않는 전투기이며 상당한 폭장량을 자랑한다. F-35는 그 자체가 센서 역할을 하기도 해서 몰래 다니며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며 "프리즘 미사일을 배치하면 칭다오, 다롄 등 중국의 주요 해군 기지와 산둥 반도 어느 곳의 중거리미사일(IRBM) 기지도 사정권에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주한미군은 전투력 강화와 함께 전략적 유연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한반도 밖으로의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미 지상군의 역내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주한 미 지상군의 역내 재배치가 본격화하지 않더라도 역동적 군사력 운용의 논리에 따라 주한 미 지상군의 순환배치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2004년에 처음 제시된 전략적 유연성 개념은 미 군사력을 역동적으로 운용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전략을 통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8월에 공개된 미 민주당의 정강 정책은 '비용 효율적이고 민첩하며 유연하고 복원력 있는 미 군사력을 건설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는 한편 오산 기지와 평택 기지를 해외 투사를 위한 거점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주한미군은 한반도 유사시 전개 전력을 수용하고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한반도 외 지역 사태에 신속 대응하는 임무를 부여받을 전망이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역동적 군사력 운용의 논리가 내년 1월20일부로 출범하게 될 미 차기 행정부의 국방군사전략에 투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는 미국과 중국 간 충돌 가능성을 높인다. 현재 남중국해에서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를 조성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에 만에 하나 교전이 벌어지면 순식간에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그리고 전면전은 다름 아닌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다.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캠프 험프리스 전경. 2019.12.04. (사진=주한미군 제공)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 세력경쟁에 따른 한반도에서의 대리전쟁 가능성 분석' 논문에서 "미중 간의 대결이 한반도에서의 대리전쟁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은 한반도가 인접한 지역이라서 이곳에서의 전쟁이 그들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고, 미국 역시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면서 강력한 미일동맹이 존재해 전쟁수행 여건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이 한국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를 공격할 경우 한국과 중국은 대결적 관계가 될 수밖에 없고, 미국도 북한의 중국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공격작전을 전개함으로써 대리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미중 간 대리전쟁이 발생할 경우 6·25전쟁과 같은 제한전쟁으로 머물러 있기는 어렵다"며 "핵전쟁은 남북한의 공멸을 의미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북한의 도발과 대리전쟁으로의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쟁 발발을 극단적인 예라고 평가절하할 수 있지만 바이든 정부 인선을 보면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에 내정된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취임 전부터 중국 견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캠벨 전 차관보는 지난 12일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게재한 공동 기고문에서 "침략에 대한 물리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어떤 질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역사적 교훈이 있으며 이는 현재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적용되는 경고로 읽힌다"고 말했다.

캠벨 전 차관보는 또 "점증하는 중국의 물리적 힘이 역내의 미묘한 균형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중국의 영토 모험주의를 대담하게 키웠다"며 "따라서 이 같은 중국의 행태를 방치하면 역내 오랜 평화가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에서 대중 강경책이 심화하고 우리 정부에 대한 요구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바이든은 동맹 복원과 동시에 동맹국들의 역할과 책임도 강조한다. 트럼프가 비용 측면이고 일방주의적이었다면 바이든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복원하면서 동맹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바이든은 대중 강경 정책을 유지하고 더 강화하며 (한국에) 다자적 차원에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퀸 극장에서 코로나19에 관해 말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할 1조9000억 달러(약 2082조4000억 원) 규모의 경기 부양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민은 지난달 통과한 5차 경기 부양책(600달러)에 더해 최대 2000달러까지 받게 된다. 2021.01.15.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군사적으로 휘말리지 않도록 묘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강석율 연구위원은 "우리는 미 군사력의 역동적 운용이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며 "한미연합방위에 기반을 둔 대북한 억제력 유지가 주한미군의 일차적 역할이라는 점이 양국의 공통된 인식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또 "양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추진에 있어서 한국 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이런 합의에 대한 재확인은 주한미군이 대중국 전략의 차원에서 운용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북한의 군사 도발은 미국과 중국의 군비 경쟁을 촉발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부형욱 연구위원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반도를 미중 전략경쟁의 발화점으로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며 "ICBM 또는 SLBM 시험발사 등과 같은 선을 넘는 도발을 하면 미국은 조만간 중거리 미사일 배치 카드를 꺼내 들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사드 배치의 후폭풍보다 더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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