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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를 시세에 맞춘다고?···'시세'가 뭐길래

입력 2021.01.02. 05:00 댓글 8개
정부 '공시가 현실화' 본격화를 보는 '불편한 진실'
'시세=적정가'라는 데 적정가는?…꼬리 무는 의문들
해마다 제도 신뢰성 논란…"현실화에만 급급해서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현실화하겠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공시가격은 조세, 건강보험료 부과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가치보다 50~70% 낮고 지역별, 유형별, 가격대별로 편차가 커서 형평성 논란이 지속돼 왔습니다.

이에 국토부는 점진적으로 공시가를 개선해 불형평, 불균형 문제를 개선한다는 방침입니다. 당장 공시가격부터 인상의 보폭이 커졌습니다.

공동주택은 10년내, 단독주택은 15년 내, 토지는 8년 내 각각 현실화율이 90%에 도달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적정 수준의 시세를 반영할 수 있도록 공시가격 제도를 운영해나가겠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세'는 대체 무엇인가요.

국토부는 '적정가격'이라고 설명합니다. 부동산 공시법에 따르면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을 뜻합니다.

집주인이 중개업소에 내놓은 금액인 '호가'와는 다르고, 거래 당사자의 개별적인 사정이 개입되는 '실거래가'와도 다르다고 국토부는 설명합니다.

그러면 통상적인 시장은 뭐고, 정상적인 거래는 뭔가요. 또 성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무슨 기준으로 판단할까요. 설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해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에 대해 여전히 '깜깜이'라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공시가격'을 제대로 산정하겠다는 명목으로, 그 위에 '시세'를 구해야하는 일종의 '옥상옥' 구조가 아니냐는 불만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공시가격 현실화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합니다.

공시가격은 현재 아파트-단독주택, 수도권-지방, 고가-저가 등 유형, 지역, 금액대별 편차가 커서 사회적인 갈등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거래빈도가 많은 아파트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세금도 늘어나는 데, 수백억 자산가의 고가 단독주택은 보유세 인상에서 한 발 빗겨나 있었습니다.

다만 정부가 지나치게 조세 형평 문제에 급급해 현실화율 제고만 연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로드맵 발표에 앞서 적정가격, 즉 '시세'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공동주택의 시세 기준을 일절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마다 동일 단지, 동일 평형에서 공시가 격차가 발생해도 동, 층, 향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입장만 되풀이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싸고 '깜깜이'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수시로 변동될 수밖에 없고,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다르게 매겨질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현재 공시 제도는 전국 모든 부동산에 대한 통일된 과세표준으로서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취약층을 위한 복지제도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만, 신뢰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가 60여 가지 행정목적으로 사용되면서 행정 편의적으로 흔들리는 경향이 있기에 제도가 조세정책의 분리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번 현실화율 제고를 계기로, 제도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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