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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까뮈 '페스트'교육적 성찰
입력 2020.12.28. 11:07 수정 2020.12.28. 19:48 댓글 0개올해의 한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되었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신조어 '내로남불'을 일컫는 말이니 정치권을 비꼬는 용어로 짐작된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빗댄 '첩첩산중(疊疊山中)'도 4위에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가 감소보다는 증가쪽으로 기우니 염려가 크다.
이에 조류인플루엔자와 돼지열병까지 겹치고 있으니 실로 어려운 현실을 나타낸 말로 적격이다. 뒤돌아보면 모든 것이 노심초사 가운데 교육 1년이 지나갔다. 12월 3일 긴장 속에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결과도 지난 23일 발표되었다.
전남대·조선대 등 우리 지역 대학을 포함하여 많은 대학들의 수시전형 결과 발표로 수험생들의 희비가 교차하였다. 힘들게 달려온 우리 제자들에게 큰 격려를 보낸다.
광주광역시교육청 관내 초·중·고 모든 학교들은 일단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원격수업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 연말연시 많은 사람들의 이동과 접촉 가능성으로 인한 염려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시책으로 해석된다. 이제 원격수업은 일상화되고 익숙한 수업 형태가 되고 있으며 교사와 학생들도 처음의 시행착오들을 벗어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포함하여 다양한 블렌디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 올해 까뮈의 '페스트'라는 도서가 널리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흑사병으로 일컬어지는 무서운 전염병이 휩쓴 폐쇄된 도시에서 재앙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절망과 맞서는 것은 결국 행복에 대한 의지이며, 잔혹한 현실과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절망적 세상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임을 이야기한다. 비극적 상황 속에 갇혀 살지만 희망과 긍정을 향해 나아가려면 무엇보다 인간들 간의 연대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각자가 맡은 역할의 묵묵한 수행과 자원봉사자 조직 등 오직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라 믿는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수업은 만나야 한다는 명제에는 변함이 없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 전수 공간만은 아니다.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서로 깨닫고 배우는 공동체 학습공간이기 때문이다. 곧 동료학습이 일어나는 곳이다. 또 어울려 지내면서 서로의 지위와 역할을 배우고 깨달으며 배워가는 곳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통하여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되고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말이 있다. 이 때의 일은 오늘날 기업들에서 기대하는 적극성과 창의력을 말한다. 놀이는 친구와의 교류를 전제로 한다. 놀이가 없이는 상상력도 창의력도 일어나지 않는다.
수평적 관계 속에서 인간의 사고는 끝없이 팽창하지만 수직적 관계 속에서는 경계하고 긴장하기 때문에 새로움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가정에서 만나는 부모님, 화면을 통해서 만나는 선생님은 모두 수직적 관계인 것이다. 모방 능력은 어느 동물이나 다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전수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창의력은 다르다. 인간과 동물이 다른 지점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어떤 나라는 밀집도를 낮추기 위한 등교 인원의 책정 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등교한다고 한다. 교육을 사회화의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교, 그것도 3학년부터 등교를 한다. 입시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라별 문화별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도 끊임없는 팬데믹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로 인한 혼란, 대상에 대한 혐오와 분노도 자칫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육이 '페스트'의 교훈을 반영하여 우리 자녀들이 체득해 갈 수 있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모든 면에서 성찰하고 인간다운 교육을 지향해야 할 때이다.
- <칼럼> 늘봄학교,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 '늘봄', 이 얼마나 예쁜 말인가? 봄처럼 포근하고 따사로움이 늘 함께한다는 뜻일 것 같은 '늘봄'. 그러나 이제 이 언어는 그렇게 쓰일 수가 없다.언어의 의미는 사회에서 규정된다. 아무리 좋은 언어라도 사회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언어의 오염이 시작되고 결국 그 언어는 이전의 의미로는 쓸 수 없게 된다. 나에게 '늘봄학교'은 '녹색성장'과 같이 그렇게 오염된 채 다가왔다.2024학년도 1학기 광주지역 늘봄학교, 신청에서부터 선정까지 학교 현장 갈등2월 현재 광주에서는 30여개 초등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청한 18개 학교 중 중17개교는 협의록이 없으며, 교장 결정 3개교, 교장과 교감이 함께 결정한 학교 1개교, 교장, 교감, 행정실장이 결정한 학교 2개교, 부장교사가 요청하여 승인한 학교 1개교 등 내가 속한 학교지만 어떻게 늘봄이신청되고 선정되었는지를 학교 구성원은 잘 모른다. 그래서 서로 의심하고 속상해한다. 이렇게 늘봄학교는 불필요한 학교 현장 갈등을 양산 시키고 있다.교사? 돌봄전담사? 일반직?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어"우리가 일 때문에 늘봄학교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늘봄학교 거부의 본질이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겠지만, 노동자에게는 일도 중요하다. 여전히 시간제가 많은 돌봄전담사의 업무도 아니고, 수업과 생활교육이 고유 업무이자 이것만으로도 과도한 노동을 하는 교사의 업무는 더더욱 아니다. 늘봄지원실을 만들어 일반직을 배정한다는 것도 총액인건비제에 묶여있는 공무원 상황을 보면 실현 가능하지 의문이 들고, 기간제에게 맡기는 것 또한 노동의 불안정성을 부추김과 동시에 결국은 기간제 공고부터 선정 관리까지 다시 학교의 업무가 되는 것은 학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안다. 학교의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강요받은 업무를 그것도 과도하게 말이다.가장 중요한 사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는 '늘봄학교'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늘봄학교에는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초 늘봄학교에 대한 기사가 쏟아질 무렵 내 마음을 훅 치는 기사 하나가 있었다. 기사 중에는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자녀로부터 들은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엄마, 나는 초등학교 때 돌봄교실이 제일 싫었어. 다른 친구들은 학교 끝나면 엄마랑 만나서 놀이터에서 놀고 학원에 가고 집에서 쉬는데, 난 혼자 돌봄교실에 갔어.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랑 만나고 싶었어." 우리 아이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학교에 있는 게 폭력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 안드는지? 어른들보고 그렇게 있으라고 한다면 아마 대다수 집에 간다고 하지 않을까?늘봄학교에는 주체인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는 빠져있고, 즉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고민과 사유는 실종되었다.학교, 지자체, 무엇보다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돌볼 수 있도록필자도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었고,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발을 동동거린 적이 있다. 대한민국 보호자들이라면 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두 번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때 절실하게 느낀 것이 돌봄의 사회적책임이었고, 학교 현장에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돌봄의 사회적 책임은 보호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보호자의 양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노동시간 합의와 양육시간 확보도 해당될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것이 소위 '저녁 있는 삶'과 같은 것이다.학교가, 지자체가 함께 우리 아이들을 돌봄과 동시에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돌볼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천천히 가더라도 그렇게 가야 우리 아이들의 삶이, 우리들의 삶이 있다.그렇게 간다면 다시 '늘봄', 이 언어의 원래의 의미를 되찾아 진정 우리가 바라는 '늘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애숙 광주동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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