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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다한 뒷북 규제"···집값 상승 '풍선효과'만 키우나

입력 2020.12.22. 05:00 댓글 1개
부산·대구·울산·파주 등 36곳, 신규 조정대상지역 추가
치솟는 전국 아파트값…8년7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세
집값 상승→정부 규제→비규제지역 집값 상승 '악순환'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주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0.23%)대비 0.04%포인트 높은 0.2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2020.12.1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일부 집주인들이 내놓은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어요."

지난 21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천안이 규제지역으로 묶인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이달 초부터 외지인들의 아파트 매매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외지인 가운데 일부는 매물을 실제로 보지도 않고 계약했다"며 "비(非)규제지역에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커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널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전국 37곳을 무더기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벌써부터 '풍선효과'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 가수요가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아파트 매맷값이 통계 작성 8년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는 등 비규제지역에서 인근 조정대상지역과 아파트값을 맞추려는 '키 맞추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반복된 규제에 대한 주택시장의 내성이 강해지면서 풍선효과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파주·천안·전주·창원·포항과 부산 9곳, 대구 7곳, 광주 5곳, 울산 2곳 등 전국 36곳을 무더기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창원 의창은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이 서울 전역을 포함해 전국에서 111곳이나 된다. 행정구역상 강원도와 제주도를 제외하고, 사실상 대부분의 지방 도시가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또 투기지역도 서울 전역을 포함해 49곳에 달한다. 이처럼 지방에 대해 무더기 규제지역 지정은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국의 집값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전국 아파트값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12월은 통상적인 비수기지만, 집값과 전셋값 과열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0.29% 상승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또 지난주(0.27%)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 상률은 불과 한 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0.03%에서 0.04%로 상승했다. 저금리 유동성 확대, 입주물량 감소 및 전세수급 불안 등으로 매수세가 소폭 증가한 가운데, 강남4구의 주요 단지와 더불어 정비사업 기대감이 있거나 상대적으로 중저가인 단지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경기도 역시 지난주 0.27%에서 이번 주 0.30%로 상승했다. 규제지역 추가 지정을 앞둔 파주는 지난주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상승세(1.11%)다. 지난주 0.78%였던 고양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이번 주 0.88%로 상승폭을 키웠고, 성남 분당구(0.47%), 광주시(0.45%), 남양주시(0.38%), 오산시(0.37%) 등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인천은 지난주와 같이 0.15% 상승했다.

지방 역시 0.38% 오르며 전주(0.35%)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5대 광역시(울산·부산·대구·대전·광주) 집값은 0.55% 올라 역대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울산(0.79%)과 부산(0.71%), 대구(0.40%), 대전(0.36%), 광주(0.40%) 모두 상승세다.

[서울=뉴시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9% 올라 지난 주 상승률(0.27%) 대비 0.01%포인트(p) 확대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최근에는 전국 곳곳에서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전용면적 84㎡)도 지난달 14일 8억6500만원에 거래돼 종전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달 9일 7억9000만원으로, 불과 일주일도 안 돼 7500만원이나 올랐다.

또 울산 신정동 문수로2차 아이파크 2단지(전용면적 101.48㎡)가 지난달 12일 14억2000만원에 매매돼 손바꿈됐다. 앞서 지난달 6일 13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6일 만에 6000만원 올랐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31일 4억75000만원에 거래된 포항시 남구 대잠동 자이(전용면적 84.95㎡)는 지난달 18일 75000만원 오른 5억5000만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집값이 상승하면 뒤늦게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정부의 '뒷북 규제'가 오히려 주택시장의 혼란을 더욱 키운다는 지적이다. 잇단 규제지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치솟으면서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 대책만으로는 근본적인 집값 안정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집값 상승→정부 규제→비규제지역 집값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공급이 없는 수요 억제책만으론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을 규제하면 단기적으로 시장안정 효과를 보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비규제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전세난이 이어진다면 집값은 내년에도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전국 단위의 집값 상승은 전세난과 저금리 기조 장기화, 시중에 풍부한 유동자금 등 복합적인 원원으로 발생하는 만큼 수요 억제를 위한 세금·대출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뒷북 규제가 아닌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 등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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