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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거둬들일게요" 꿈틀대는 강남···전국 규제에 다시 서울로?

입력 2020.12.19. 05:00 댓글 3개
상승세로 돌아선 서울 집값…급매물 사라지고 호가 올라
37곳 '무더기' 규제에 수도권 '풍선효과' 악순환 우려도
전문가 "투자 수요 다시 서울·수도권으로 움직일 수도"
변창흠 후보자 "수도권, 투자 수요 유입 제한적 일 것"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를 사기로 마음먹은 A씨는 두 달 간의 발품 끝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 중개업소를 통해 구매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매도인과 만나기로 약속 날짜까지 잡았지만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만나기로 한 지난 12일을 하루 앞두고 매도인이 3000만원을 올려주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계획을 세웠던 A씨는 더 이상 대출을 받기 어려운데다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에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 상승세가 다시 나타나면서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1~2개월 전까지만 해도 하락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춤하던 강남4구 집값이 최근 다시 상승폭을 키우면서 현장 분위기도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의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한 달 전만 해도 급매물이 간간히 거래됐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바뀌면서 호가를 올리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12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0.04% 올라 지난주 0.03%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4구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송파구는 지난주 0.04%에서 이번 주 0.08%로 상승폭이 2배로 확대됐고, 서초구(0.06%), 강동구(0.06%), 강남구(0.05%)도 서울 평균치를 웃돌았다. 금천구(0.01%), 도봉구(0.02%), 구로구(0.02%) 등 서울 외곽 지역 보다 상승률이 가파른 상황이다.

강남4구 고가 아파트의 신고가 경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전용 178㎡는 지난 9일 39억5000만원(12층)에 거래 돼 이 단지 최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파크 전용 154㎡도 지난달 10일 32억9500만원(16층)에 손바뀜 돼 이 면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54㎡는 지난 8일 54억원(25층)에 신고가 계약서를 썼다.

[서울=뉴시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9% 올라 지난 주 상승률(0.27%) 대비 0.01%포인트(p) 확대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정부가 지난 18일 부산·울산·대구·파주·창원·전주 등 37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해 사실상 전국이 다 규제지역이 되면서 오히려 시중 자금이 다시 강남 등 서울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초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전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게 되면 규제를 피해 지방으로 갔던 투자 수요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은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을 통해 투기 수요 유입 차단을 위해노력하고 있다"며 "우려하는 것과 달리 수도권은 실수요자를 제외하고는 현재의 제도 속에서 신규 투자 수요가 유입되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방 무더기 규제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집값 상승 움직임이 투자 수요 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뀐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국대 고준석 법무대학원 교수는 "최근 전국의 집값 상승세는 전세난을 피해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에 따라 지금 시장은 실수요자들이 영끌(영혼까지 대출을 끌어 모음)해서 사기 위해 발버둥 치는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인데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규제를 했으니 효과가 크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수요는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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