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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조사방해' 조윤선·이병기, 2심 무죄···"유족 위로"

입력 2020.12.17. 15:52 댓글 0개
세월호 특조위 조사 방해 지시한 혐의
1심, 각 집행유예 선고…안종범은 무죄
2심, 조윤선·이병기 무죄…윤학배 유죄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세월호 특조위 방해' 혐의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12.1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고가혜 기자 =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방해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병기 전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수석과 이 전 실장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청와대 비서실이나 해수부 소속 비서관에게 문건, 보고서 등을 작성하게한 행위는 직무 권한을 벗어난 것은 맞지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은 아니라며 무죄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직권남용죄 요건 중 '일반적 직무권한'이나 '남용' 부분은 대체로 인정된다"면서 "특히 청와대 소속 정무수석비서관이나 해양수산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 하부조직으로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비서실 소속 공무원 또는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은 조 전 수석과 이 전 실장 등의 관계에서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담당자'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위 실무담당자의 직무집행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실무담당자에게 그런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실무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도록 한 경우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즉 재판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조 전 수석과 이 전 실장 등이 청와대 비서실이나 해수부 소속 비서관에게 문건,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행위 등이 실무담당자의 사실행위일 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세월호 특조위 방해' 혐의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12.17. chocrystal@newsis.com

또 재판부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상대방'과 그로 인해 '권리행사에 방해를 받는 상대방'은 동일인이어야 한다"며 "김 전 장관이 '특조위 설립준비단’에 파견된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내린 일괄 복귀명령으로 권리행사방해를 받은 사람은 해당 공무원들이지 특조위 설립준비단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 전 차관이 세월호 특조위 파견 공무원에 내부 동향을 파악해 올리게 하거나 일일 상황 보고 등 문서를 작성해 보고하게 한 행위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판단해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해당 공무원들이 당시 파견 근무 등으로 인해 윤 전 차관과 서로 다른 기관에 속해 있었음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세월호특조위에 지원근무 명령을 받거나 공식 파견된 공무원들은 윤 전 차관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단순한 '실무담당자'라고 볼 수 없다"며 "윤 전 차관의 행위는 세월호진상규명법 등 법령이나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판결 직후 이 전 실장은 승리를 자축하듯 변호인과 악수를 주고 받았다. 김 전 장관은 유일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윤 전 차관의 등을 토닥이기도 했다.

재판을 마친 후 이 전 실장은 무죄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짧게 말했다.

뒤이어 나온 김 전 장관은 이날 법정을 찾은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영원히 빚진 마음"이라며 "끝까지 그 분들과 마음을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조 전 수석은 무죄 판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법정을 나섰다.

조 전 수석 등은 세월호 특조위의 설립 단계부터 장기간에 걸쳐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하는 등 활동이 사실상 무력화되도록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세월호 특조위 대응 전담팀을 구성해 '예산과 조직 축소', '특조위 활동에 대한 단계별 대응전략 마련'에 힘쓰고 특조위 내부 동향을 파악해 일일상황을 실시간 보고하도록 한 것으로 의심했다.

앞서 1심은 "이 사건 범행은 대통령 비서실과 해수부 장차관의 강대한 권력을 동원, 각종 회의를 진행하거나 공문서를 작성해 배포하는 등 조직적인 형태로 이뤄졌다"며 조 전 수석과 이 전 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김 전 장관에 대해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윤 전 차관에 대해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안 전 수석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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