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 불법주정차 자료 삭제, 서구청 제정신인가

입력 2020.12.15. 18:41 수정 2020.12.15. 18:41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광주 서구의 이상한 불법주정차 단속 행정이 논란이다. 최근 교통지도과 소속 공무원들이 본인과 가족은 물론 지인 등의 단속 자료를 임의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과태료 처분을 면해주기 위해서였다는 게 이유다. 요즘 세상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단속을 봐달라고 요청한 이들 중엔 서구청 공무원과 서구의회 의원도 끼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마전도 이런 복마전이 없다. 한통속이 돼 투명해야 할 행정을 자기들 입맛대로 짬짜미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주민들을 무섭게 여겼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같은 사실은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감사로 확인됐다. 감사는 2018년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의 불법주정차 단속 업무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감사 결과 불법주정차 적발 차량 228대의 자료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행위의 당사자들은 고정형 및 차량이동형 단속카메라를 이용해 불법주정차 단속 업무를 하는 공무직 직원 6명이었다.

부정행위의 전반적 내용을 보면 허술한 서구 행정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에 적발된 직원들에겐 전산시스템 내 단속 자료 삭제 권한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들이 삭제를 할 수 있었던 건 어처구니 없게도 교통지도과 소속 직원 모두가 해당 시스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이 부여된 담당 직원의 묵인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권한이 없는 직원들이 손쉽게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아무런 제재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행위가 마치 관행처럼 자연스럽게 반복됐을 개연성이 크다.

서구 행정의 실체가 이 모양이라니 정말 실망스럽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공문서를 멋대로 훼손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서구는 국무조정실 감사 결과를 토대로 다시 정확한 진상조사을 벌여야 한다. 조사 결과 부정행위 및 이를 묵인·방조한 행위가 드러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게 마땅하다. 그래야 행정 불신과 주민을 기만한 행위를 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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