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이 사람아, 왜 거기 그렇게 있어"

입력 2020.12.08. 18:27 수정 2020.12.08. 20:13 댓글 0개
류성훈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장

하루가 멀다하고 전해지는게 부음이건만, 유독 가슴을 메이게 다가오는 소식이 있다. 자살을 미화할 의도는 없다. 다만, 스스로 세상을 등졌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백척간두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일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이경호 부실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조사실을 나온 그는 끝을 결심한 듯 가족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었다.

"검찰이 나를 죽일 모양이네. 미안하네".

그는 침착했지만 사실 절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튿날 밤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런 무섭고 외로운, 해서는 안 될 결정을 했을까.

'20년 동지'를 떠나보낸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그의 발인 직후 SNS에 "이 사람아, 왜 거기 그렇게 있어?"라며 "자네의 영정 아래서 나는 겨우 울음을 누르며 기도만 드렸네. 자네 가족께도 드릴 말씀이 떠오르지 않았네"라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좋은 날보다 힘든 날이 훨씬 더 많은 세상살이. 자네에게는 더 그랬을 것이네"라고 지난 세월을 회상한 뒤 "자네가 깊게 깊게 사랑했던 고향 땅으로 자네를 보내 드리네. 아프네"라며 슬픔을 삭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별건 수사·표적 수사 의혹이 제기된다"며 검찰을 비판한 뒤 국회 차원에서 반드시 짚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10여 년 전 노무현 대통령을 죽이기 위해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죄인으로 몬 사건이 떠오른다"고까지 했다.

만약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별건 수사를 통한 압박이나 강압적인 조사가 이뤄졌다면 심각한 사안이다.

이 부실장은 필자와 한동네에 살면서 가끔 저수지를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동네목욕탕엘 들렀다 나와 초저녁이면 선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좋은 형'이었다. 그럴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영감'이 은퇴하시더라도 곁을 지키고 싶네. 그게 내 역할 아니겠는가"라며 씨익 웃던 의리있는 형이었다.

검찰 개혁, 꼭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대표가 검찰개혁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공수처법이 보인다. 그래야만 그처럼 억울한 죽음이 없어질 것이다.

고인이 된 이경호 형의 명복을 빈다.

류성훈 사회부장 rsh@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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