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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물의 장관 교체' 분위기 쇄신···국정 동력 회복할까

입력 2020.12.04. 18:30 댓글 0개
국토 김현미, 복지 박능후 '원년 멤버' 교체…피로감 해소
靑 "김현미 경질 아냐…정책 변화 상황에 능동 대처 인사"
행안 진영 후임에 전해철…국정철학 이해 높은 친문 배치
사상 초유 '묵언 장관' 이정옥 끝내 경질…정영애에 바통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시작에 앞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태규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단행한 4개 정부 부처 장관 교체 인사는 임기 말 분위기 쇄신용 인사로 풀이된다. 문재인정부 초반부터 줄곧 함께 해왔던 '장수 장관'들의 교체를 통해 정책 피로감 문제를 해결,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등 4명의 정부 부처 장관을 바꾸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개각의 폭으로 보나, 교체된 장관의 면면으로 보나 분위기 쇄신성 인사라는 점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평가다. 김 장관과 박 장관은 2017년 6월과 7월 한 달 시차를 두고 문재인정부 조각(組閣) 때 각각 국토부와 복지부 장관에 임명된 '원년 멤버'다.

진 장관은 초대 행안부 장관이었던 김부겸 전 장관의 21대 총선 출마 과정에서 바통을 넘겨받은 뒤 1년8개월 이상 행안부를 이끌었다. 지난해 8·9 개각 때 여가부 장관으로 합류한 이 장관을 제외하면 평균 임기인 18개월 이상 부처를 이끌어온 셈이다.

일각에서는 만 3년5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김 장관의 경우 최근까지도 비판을 받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 책임이 담긴 사실상의 '경질성 인사'가 아니냐는 평가가 제기됐지만, 경질이 아닌 정책 수요 변화에 따른 맞춤형 인사에 가깝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 4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연말 소폭 규모의 개각을 단행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질이 아니다. 김 장관은 그동안 성과를 많이 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요구들이 있다"며 "(부동산 관련 정책들이) 체감형 정책들을 추진해나가는 쪽으로 바뀌어졌거나, 달라진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인사"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수요 변화에 정책 추진의 방향성을 맞추기 위한 인사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발표하며 제시했던 '현장감 있는 주거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른바 '정책 감수성'에 보다 많은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변 후보자의 인선 배경 대해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주거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해낼 것"이라며 "기존 정책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양질의 주택공급을 더욱 가속화하는 등 현장감 있는 주거 정책을 만들어서 서민 주거 안정, 그리고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김 장관 체제에서 줄곧 부동산 시장과 정책 사이의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데서 벗어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최근 아파트 공급을 '빵'에 비유하며 '마리 빵투아네트'라는 조롱 섞인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의 잘잘못 여부를 떠나 더이상 시장에 정책적 신뢰감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각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토부, 행안부, 복지부, 여가부 등 4개 부처에 대해서 개각을 발표했다. 2020.12.04. since1999@newsis.com

'장수 장관' 체제에서 오는 정책적 피로감을 해소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성 제시를 통한 신뢰 회복 등의 목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정책의 신뢰 없이는 퇴임 때까지 남은 1년5개월 임기 동안 국정 장악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개 부처 장관 교체에 대한 배경과 관련해 "사실 교체 준비 기간이 조금 됐지만 여러 상황 때문에 밀려오다가 지금 발표가 된 것"이라며 "여러 가지 정책 수요 변화도 (배경으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장관 후보자에 3선 중진의 '친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한 것도 정책 추진을 통한 국정 장악력 회복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임기 말 역점을 두고 있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원활한 추진과 지방균형 발전이라는 국정 철학을 이행하기 위해 문 대통령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정치인 출신을 발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친문 핵심의 전진 배치로 정책 연속성을 가져가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청와대는 전 후보자에 관해 "돌파력과 리더십, 당·정·청의 다양한 국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재난관리 체계의 강화, 실질적인 자치분권 실현, 또 정부혁신 등의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특히 지역균형 뉴딜을 통해서 중앙-지방 간의 균형 발전을 잘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혔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신임 행정안전부 장관에 내정된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4일 오후 개각 발표 이후 서울 여의도 정보위원장실에서 취재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4. photo@newsis.com

특히 행안부 장관의 경우는 초대 행안부 장관(김부겸)부터 현재 진영 장관, 전 후보자까지 모두 현직 국회의원 출신을 발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의원 입각의 경우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적이 없다는 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잦은 말실수로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서며 개각 때마다 '단골 손님'으로 포함됐던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결국 교체됐다. 국회에 출석하고도 발언권을 제한 당해 사상 초유의 '묵언 장관'이라는 오명을 썼던 이 장관은 1년 3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국내 1호 여성학 박사 정영애 한국여성재단 이사가 새 여가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달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 질문에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을 집단학습할 수 있는 기회"라는 실언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지난 2일 여가위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합의로 '장관 발언 금지'라는 초유의 굴욕적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날 4개 부처 장관 교체의 개각 발표가 이뤄진 것과는 무관하게 내년 초 한 차례 추가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출마, 청와대 마지막 비서실장 교체 등 주변 상황이 어느 정도 '교통 정리'가 된 이후에 내년 초 추가 개각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특히 박 장관의 경우 서울시장 선거 출마 여부가 마지막까지 변수로 남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 수요는 예견하기 어렵지만 보궐선거와 관련된 인사 수요는 있다"면서 "지난번 정세균 총리도 두 번에 나눠서 개각을 한다는 말씀을 했다. 다만 대통령의 인사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 어느 폭으로 할 것인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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