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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실형·벌금형 대신 집행유예 선고 왜?

입력 2020.12.01. 17:49 수정 2020.12.01. 17:49 댓글 0개
고령 탓 노역장 유치 강제 한계
추징금에 추가 제재 실효 없어
민사 손해배상 의무 부담 전망
형 집행 중 왜곡·폄훼 차단 효과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재판을 받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법정이 27일 오후 공개됐다. 전씨는 오는 30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1심 판결을 받는다. 2020.11.27. sdhdream@newsis.com

'5·18 헬기사격은 사실'이라는 첫 사법부의 판결을 이끌어 낸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의 1심 판결이 나온 가운데 형량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해당 혐의의 법정형 기준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재판부는 전두환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전날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피고인 전두환은 5·18 헬기사격 여부가 중요한 쟁점임을 인식하고도 범죄사실을 모두 부인함으로써 특별사면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고,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담은 회고록 출간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에 대해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5·18이라는 아픈 현대사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데도 공소사실 부인은 물론 한 마디의 사과도 없고, 피해자의 유족인 고소인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고까지 표현했다.

재판장은 그러면서도 "사건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는 양형에 있어서 부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요소이므로 그 사정만으로 피고인을 엄벌할 수는 없다"면서 "진실을 말한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표현함으로써 침해된 피해자의 법익의 관점에서 형을 정했다"며 집행유예 결정 배경을 밝혔다.

재판장은 전두환에게 벌금형을 선고하지 않은 배경으로 만 89세라는 고령인 점,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이 전망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훈 부장판사는 "벌금형 선고시 노역장유치 집행을 통해 납부를 강제할 수 있지만 고령의 피고인에게는 강제수단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자명예훼손죄에서 정한 벌금형의 상한은 500만원임을 밝히며 "거액의 추징금 납부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피고인에게 (벌금형은) 실효적인 처벌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으면서 "고소인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할 것으로 보이는 민사소송이 피고인의 금전적 제재로 갈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한 배경으로는 전두환의 추가 역사 왜곡·폄훼 차단 효과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훈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집행유예기간 동안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5·18을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두환에게 징역 1년6월을 구형한 검찰은 이번주 중으로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전두환 측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항소의 뜻을 내비쳤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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