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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새 추기경 13명 임명식.. .즉시 업무개시령

입력 2020.11.29. 06:40 댓글 0개
바티칸서 28일 코로나19 방역수칙 따른 간소한 임명식
프란치스코 "성직 권한이용 비리, 사익추구 철저금지"당부
미국 워싱턴의 흑인 추기경등 파격 인사 많아
[바티칸=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로 임명한 13명의 추기경에 대한 서품식을 28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 안에서 거행하고 있다.

[로마=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은 28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최근 대주교에서 승진시켜 새로 임명한 13명의 새 추기경들에게 교황청의 최고 권한을 부여하는 의식을 거행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처음부터 끝까지 방역수칙을 따른 간소한 의식을 치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베드로 성당의 거의 텅빈 내부에서 거행한 이 임명식에서 새 추기경들에게 절대로 추기경의 직함을 이용한 비리나 개인적인 사익의 추구를 하지 말도록 처음부터 강력하게 경고했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왕자들'로 불리는 추기경들 가운데 브루나이와 필리핀의 추기경 2명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행금지령 때문에 로마까지 오지도 못했다. 그 대신 거의 비어있는 성베드로 성당 내부에서 거행된 이 의식을 각자의 고국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았다.

이 날 의식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평소 보다 훨씬 짧은 불과 45분 동안에 끝마쳤고, 교황과 새 추기경들, 기존 추기경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식이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새 추기경들은 유일하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 다가가서 추기경의 빨간 모자를 수여 받을 때에는 마스크를 벗었지만,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은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었다.

그레고리추기경은 이 전에 은퇴한 베네딕트16세 교황을 임명식을 마친 새 추기경단이 예방할 때에도 유일하게 마스크를 계속해서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에게 "추기경의 칭호는 신자들로부터 떨어진 높은 위치에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면서, 직을 이용한 모든 부패와 사리사욕 추구를 금해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런 발언은 그 동안에도 가톨릭 주교와 추기경등 사제들의 오만함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해 온 것과, 최근 바티칸 고위 성직자의 부패와 싸워온 자신의 심정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교황은 미리 준비한 축하 연설문 외에도 " 우리 함께 성직자들의 삶이 얼마나 많은 비리와 부패로 오염되었는지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기경들이 자신의 지위를 대단한 특권으로 생각한다면 진정한 양의 목자로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없을 것이며, 혼자만의 느낌으로 정도에서 벗어나는 짓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서품식을 끝낸 추기경 13명 중 9명은 연령이 80세 이하이다. 이들은 차기 교황을 뽑는 비밀선출회의에 참석해 투표할 수 있는 교황선출권을 갖는다.

[바티칸= AP/뉴시스] 28일 13명의 새 추기경을 임명한 뒤 성베드로 성당의 서품식장을 떠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추기경들.

이날 9명이 추가되면서 프란치스코교황이 7번째로 선출한 추기경단은 모두 128명이 되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선출권 추기경의 비율이 전체의 57%에 이르렀다.

미국 워싱턴 교구의 그레고리 추기경은 이 날 서품식 직전 AP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추기경에 임명된 것은 미국의 흑인 가톨릭성도에 대한 승인이며 우리들이 대표하는 미국의 신앙과 충심의 유산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지난 달 추기경 임명자 발표는 미국에서 백인경찰관의 흑인 청년 살해 이후 전국적으로 시위사태가 계속된 이후였다. 교황은 평소에도 미국의 인종문제에 대해 항의시위를 인정하고, 미국 역사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인종차별을 비판해왔다.

교황의 사회정의를 염두에 둔 추기경 임명은 멕시코의 치아파스주의 은퇴한 대주교 펠리페 아리스멘디 에스키벨이다. 그는 평생 멕시코의 원주민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왔으며 성경과 교리문답 책 등을 원주민 언어로 번역하는데 노력을 기울여 온 성직자였다.

2016년 멕시코의 치아파스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랫 동안 원주민들의 권리를 지지해왔다. 에스키벨 추기경은 " 아마 그런 이유로 나를 임명하신 것 같은데, 확실하게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새로 임명된 추기경들 가운데에는 북미, 중남미 지역이 37명을 차지, 카리브해와 중남미에 세계 가톨릭 인구의 40%가 살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브루나이에서는 최초로 코넬리어스 심 추기경이 임명돼 바티칸의 현지 대사를 겸임하는 등,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임명도 이뤄졌다.

르완대 대학살 당시에 가족이 몰살당한 앙트완 캄반다 대주교도 르완다 최초로 키길리 교구에서 추기경에 임명되었다. 캄반다는 로마까지 왔지만 심 추기경은 고국에서 화상으로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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