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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주관식 풀이과정 안써 감점→불합격···구제될까?

입력 2020.11.28. 01:01 댓글 0개
독점학위제 시험 응시했다 불합격 처분
주관식 3문항 풀이과정 없어 15점 감점
"풀이과정 쓰라고 안해" 처분 취소 소송
법원 "단답식 문제로 오해 소지" 원고승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학위취득시험 과정에서 주관식 문항의 풀이과정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15점을 감점당해 결국 합격 점수 미달로 불합격 처분을 당했을 경우 구제받을 수 있을까.

A씨는 2018년 8월12일 시행한 2018학년도 독학에 의한 학위취득시험 경영학 전공과정 인정시험에 응시했다.

독학에 의한 학위취득시험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독학학위제로 평생 교육을 위해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시험에 응시해 종합시험에 합격할 경우 학사 학위를 취득하게 해주는 제도다.

A씨가 응시한 시험은 재무관리론, 경영전략, 투자론, 경영과학, 경영분석 등 총 8과목으로 구성돼 있었고, 각 과목은 객관식 60점(24문항, 각 문항 2.5점)과 주관식 40점(4문항, 각 문항 10점)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시험에서는 각 과목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은 경우 합격하고, 만약 한 과목이라도 60점 미만을 받으면 과락으로 불합격 처분이 내려지도록 정해졌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2018년 9월10일 A씨가 취득한 경영분석 과목 시험점수가 58.5점으로 합격기준 점수인 60점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과목시험 불합격 처분을 했다.

A씨가 감점된 점수 중에는 주관식 1, 2, 4번 문항들을 정답만 기재하고 풀이과정을 쓰지 않아 각 5점씩, 총 15점이 감점된 경우가 있었다.

이에 A씨는 "감점한 1, 2, 4번 주관식 문항에 관해 '풀이과정을 쓰라'는 지시사항을 표시하지 않았다"며 "이에 문제에서 요구하는 정답만 제출한 건데 풀이과정이 없다면서 감점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소송을 냈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A씨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을 상대로 "독학학위제 시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우선 재판부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이 사건 과목 주관식 문제를 출제하면서 풀이과정을 기재할 것을 전혀 표시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주관식 문제가 반드시 '서술형 문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단답식 문항'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1, 2, 4번 문항이 그 문언 자체로 서술형 문제임이 명백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면서 "오히려 명확한 단답식의 정답이 예정된 문제들로, 수험생으로서는 정답만 기재해도 득점할 수 있다는 오해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과거 3년간 출제한 이 사건 과목의 주관식 문항에는 풀이과정에 배점이 있는 경우 풀이과정 또는 식을 답안에 기재하라는 안내가 문제 빠짐없이 부기 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수험생의 경우 직전 년도 시험을 기준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수험생으로서는 풀이과정 안내가 부기 되지 않을 경우, 단답식 문제로 파악해 정답만 기재해도 득점할 수 있으리라는 신뢰를 하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런데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계산식이나 풀이과정을 쓰라는 등 안내를 하지 않았고, 이런 상황에서 수험자가 정답만 기재했다고 해서 풀이과정은 알지 못한 채 정답만 기재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과목 시험의 출제 및 A씨 답안 채점 행위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인다"면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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