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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잠잠하니 AI가···해외 발생 전월대비 10배↑
입력 2020.11.22. 06:00 댓글 0개과거처럼 농장 발생 땐 대규모 살처분 불가피
4년 전엔 전체 국내 닭 20%, 오리 38% 살처분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양돈농가를 공포에 떨게 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심상찮다. 국내 야생조류에서 바이러스가 점차 확산되는 데 더해 해외에서도 발생 건수가 폭증하면서 방역 당국과 가금 농가가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22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고병원성 AI 발생 건수는 282건이다. 이는 지난달인 10월 전체 발생 건수(29건)의 10배에 가까운 숫자다. 지난 6년간 같은 기간(11월1일~18일)을 비교했을 때도 가장 높은 수치다. 2014년부터 이 기간 발생 건수는 평균 24건에 불과하다.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일본 등 주변국에서 확산세가 눈에 띄게 커지면서 국내 유입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아직까지 국내 농가에서 고병원성 AI 발생 건수는 없지만, 야생조류에서는 총 5건이 발생했다. 천안 봉강천, 용인 청미천, 천안 병천천, 이천 복하천(2건) 등이다. 현재 고병원성으로 의심돼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도 다수다.
서식지를 찾는 겨울철새가 몰고 오는 고병원성 AI의 악몽은 작년을 제외하곤 거의 매 겨울철마다 반복돼왔다. 특히 4년 전인 2016년 겨울 나타난 고병원성 AI는 이듬해 4월까지 가금 농가를 쑥대밭으로 만든 바 있다. 전국 946개 농가에서 기르는 닭·오리·메추리 등 3787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당시 닭은 전체 사육마릿수 대비 20.3%를, 오리는 37.9%를 땅에 묻은 셈이다.
그해 겨울에도 마찬가지로 고병원성 AI가 발생, 당시 가금류 654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곳은 22개 농장(132만5000마리)에 불과했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적 살처분 조치로 나머지 521만4000마리가 희생됐다.
가장 최근의 사례를 보면, 지난 2017년 11월13일 전남 순천 순천만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조류 시료가 수거됐고, 그로부터 나흘 만인 17일 전북 고창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바 있다.
올해도 과거와 같은 농장 확진 행렬이 이뤄질 경우 또 다시 대규모 살처분 조치가 시행될 수 있어 농가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닭고기·달걀 등 공급에 영향을 미쳐 소비자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로 수요까지 동시에 감소할 경우 농가에는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AI는 야생멧돼지 등 감염원과 직간접 접촉에 의해서만 전파되는 ASF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하다. AI는 구제역 등 다른 동물질병과는 달리 백신접종을 통한 예방도 어렵다. 수많은 혈청청이 존재하는 데다 바이러스 자체의 변이도 쉽게 일어나 특정 백신접종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금사육 농가에서 출입통제, 소독 등을 강화하고 다른 농장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유일한, 사실상의 예방 수단인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거 패턴을 고려한다면 현재 가금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언제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개별 농장에서 강화된 소독과 방역 수칙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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