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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도 못간 '불법체류' 태국 산모···출산후 아이 사망

입력 2020.11.18. 14:31 댓글 0개
태국인 불법체류자 여성, 지난 3월 아이 출산
수유 등 최소한 조치 없어…약 2시간만 사망
1심, 친모에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 선고
"아이가 숨 안쉬어도 119 부르는 조치 없어"
[서울=뉴시스] 전진우 기자 = (그래픽=뉴시스DB)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태국인 불법체류자 여성이 서울 모처에서 아이를 홀로 출산하고 병원에 데려가지 못해 아이가 숨진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재판에 넘겨진 이 여성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병원에 데려갈 수 없었던 상황 등이 참작됐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손주철)는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태국인 여성 A(37)씨에게 지난 13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과거 출산 경험이 있어 (산후 영아에게) 조치를 취해야하는 것을 알았다"며 "출산 직후의 영아에 대해 최소한의 산후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른 사안으로, (영아는) 삶의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하고 사망해 범행의 결과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불법체류자 신분이 발각될 경우 한국에서 추방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스스로도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받아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에 유리하게 참작한 사유를 전했다.

A씨는 지난 3월29일 오후 8시께 서울 관악구 모처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A씨는 출산 후 영아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산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영아가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유를 하지 않았고 코와 입속의 양수 등 이물질을 제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건강 이상을 발견하고도 병원에 이송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10~11시께 영아의 코에 손을 대보고 숨을 쉬지 않자 사망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씨는 119에 신고하는 등 영아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2018년 5월 국내에 입국한 불법체류자 신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한 마사지 업소에서 일한 A씨는 업소 손님과의 성관계 후 임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아이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했다는 입장이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탈라세미아'라는 질병을 앓아 생리를 28주에 한 번 하기 때문에 출산 당시까지 임신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임신 주수 35~40주차에 영아가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결과를 근거로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측은 ▲탯줄 자르기 ▲티슈를 이용해 얼굴과 몸 닦기 ▲수건으로 몸 감싸기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모유 수유를 하거나 영양 공급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없다"며 "(아이가) 사망했다고 판단한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눕혀뒀다"고 지적했다. 최소한의 산후 조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A씨 측은 한국말을 할 줄 몰라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고, 업소 업주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라인 등이나 휴대전화로 지인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라인을 통해 택시기사와 연락해 다른 모텔로 이동하기도 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한국에서 홀로 마사지업에 종사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 한국에서 양육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외에는 달리 아이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판결 선고 후 통역인을 통해 "말씀드린대로 아이가 죽었을 때 죽게 할 의도나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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