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순국선열의 날

입력 2020.11.16. 18:26 수정 2020.11.16. 19:50 댓글 0개
이윤주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사회·지역사회에디터

11월17일은 '순국선열(殉國先烈)의 날'이다.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희생한 순국선열들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순국선열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것은 1997년이지만, 태동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31차 회의에서, 1905년 11월17일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찬탈당한 것을 기억하기 위해 이 날을 기념일로 삼은데서 시작됐다.

참담했던 그 시절,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칭하는 용어는 여럿이다.

먼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가 있다.

일제의 침략에 맞서 국권을 되찾기 위해 싸웠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순국선열은 1945년 8월14일까지 국권침탈에 항거하다 목숨을 잃은 이들, 애국지사는 항거를 했던 이들로 구분된다. 1949년 세상을 떠난 백범 김구 선생을 애국지사로 칭하는 것도 그 이유다.

국가보훈처에서는 모두 독립유공자로 통칭하지만 학계에서는 열사(烈士), 의사(義士), 지사(志士)로 구분하기도 한다.

열사는 나라를 위해 죽음으로 굳은 의지를 내보인 사람들로 1905년 을사조약 체결에 반대하며 자결한 민영환 등이 해당한다. 의사는 무력적인 행동으로 항거하며 죽은 사람들로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가 대표적이다. 지사는 국가나 민족을 위해 몸 바쳐 일하려는 드높은 뜻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쓸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모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부단히 저항하며 스러져간 선조들의 궤적에 의미를 더하고자 생겨난 호칭들이다.

얼마전 '토착왜구'라는 말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제강점기 친일 부역자를 뜻하는 '토왜'(土倭)라는 말에서 출발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1910년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토왜천지(土倭天地)'라는 글에서, 토왜를 '얼굴은 한국인이나 창자는 왜놈인 도깨비 같은 자,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인종'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훌쩍 넘어선 지금, 나라는 되찾았지만 '토착왜구'라는 말이 여전히 논쟁거리일수 있는 현실이 참으로 부끄럽다. 청산되지 못한 미완의 역사를 올곧게 정립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오늘이다.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