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바리데기, 광주여성영화제

입력 2020.11.16. 18:26 수정 2020.11.16. 18:27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10년도 더 전 일이다.

2010년, 시민단체 광주여성센터 동아리 '틈'이 일을 냈다. 영화전공자 하나 없는 이들이 영화를 만들더니 영화제 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광주여성영화제'.

이들은 두 해 전부터 영상공부를 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비전공자들이었지만 작품은 예사롭지 않았고 TV에 방영되더니 크고 작은 무대에서 수상 기록도 세웠다.

자신들의 작품을 감상해보는 무대를 꿈꿨다. 상영회라도 해보자, 내친김에 다른 지역 작품들도 함께 보면 어떨까.'타 지역에는 여성영화제도 있는데 그럼 우리도 광주여성영화제를 해보자'.

그랬다. 축제는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뜨겁게 시작됐다. 누군가는 시큰둥해 했고 관심있는 당사자들 외는 별반 눈여겨 보지 않았지만 '광주여성영화제'는 지역 영상문화의 핵심축이 되고 있다.

영화제와 함께 성장한 이들이 지난 2018년 한국영화사에 전설을 하나 더했다.

헐리우드 등 첨단 영화산업현장에서 공부한 영화인들이 넘쳐나는 한국에서 전공은 커녕 동네를 별반 벗어나 본적도 없는 광주 영화인들이 대한민국 최고 영화제에서 작품성으로 당당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경호·허지은 감독이 '신기록'으로 청룡영화제서 당당히 단편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렇다. 전공자도 없는, 다른말로 전공을 뛰어넘는, 학제간 융합과 혼성이 빚어낸 놀라운 결과물이다. 특히 광주를 무대로 촬영했고 감독 등 전 스탭이 광주 토박이들이라는 점에서 문화 광주의 저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광주영화산업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여, 지금 광주 독립영화 제작여건은 좀 나아졌는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가.

지난 15일 끝난 11회 여성영화제를 이끈 광주 영화인들의 '부러움'은 아프고 부끄럽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 최진영 감독의 '태어나길 잘했어'가 지역 영화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전주를 무대로, 전주 영화인들이 만든, '장편' 영화라는 점에서다.

11년째 영화제가 진행되고 수많은 역량있는 영화인들이 포진해 있지만 광주 현실은 제대로 된 장편 하나 만들기 어렵다.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기자간담회서까지 소회를 털어놨다고 한다. 영화인들은 "능력있고 좋은 감독과 스탭들이 많지만 장편을 만들 기회도 없고 단편도 최근에 와서 조금 숨통이 틔인 실정"이라며 "전반적으로 영상제작 등 영화관련 문화가 열악하다"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멀리 갈것도 없다. 이웃 전주시는 영상위원회를 중심으로'기생충'을 비롯한 영화상영 유치 등 영상산업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고 있다. 다른 한편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도 활발해 장편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의 무대가 열려있다. 광주는?

광주시는 지난해 5·18 40주년만에 처음으로 5·18 브랜드 영화제작 지원에 나섰고 독립영화지원도 다짐했다. 허나 이는 순전히 이용섭 시장의 의지와 관심사라는 점에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시대적 요청을 받고 있는 관심사가 중장기전략으로, 장기비전으로 만들어져 영상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져야한다는 비판이다.

'광주는 환경은 어렵지만 그토록 훌륭한 영화인들이, 작품이 나왔다'라며 '전설'을 소비나 하고 있을 것인가, 내일로 나아갈 것인가. 선택은 분명하고 이제 과정으로 보여줘야할 일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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