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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 김정은의 핵무력 가시화? 대응전략 새 목소리 나와

입력 2020.11.12. 19:44 댓글 0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 계기, 미 전문가들 북핵 정책 제언 시작
북한 핵능력 현실인정에 기반둔 아이디어들
집단안보 외교적 노력과 억지력 강화 투트랙 접근,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저지 노력, 대북 협상 재개 필요 등
지난 10월10일 김정은 '회심의 일격' 괴물 ICBM 관심 본격화 가능성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미국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계기로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 핵능력을 현실적 차원에서 바라본 새 대응전략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창넘어 북한>에서는 핵 억지력 강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저지 등 미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담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팀 에디터 강영진입니다.

지난주 박수성기자가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걸 전제로 북미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건지를 전망하는 5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당시 다섯 번째 시나리오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대응 전략전술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하면서 다음번에 이 문제를 좀 더 상세히 다뤄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0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드릴 수 있는 말씀이 많지 않기에 핵심만 전달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2017년 9월3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는 우리는 물론 미국과 일본, 그리고 전 세계 각국에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월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고 “로켓맨이 자신과 정권에 대한 자살 임무를 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등 위협적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또 지금은 고인이 된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이 “전술핵무기 한반도 배치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미국의 유력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이 강력한 맞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습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9월14일 방송된 미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맞아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자체 핵무장이 동북아시아의 핵무장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뒤 진행 과정은 잘 아시는 대로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김여정이 오고, 남북정상회담이 이어지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미 핵협상이 결렬되고, 북미, 남북 관계가 다시 소강상태에 빠졌는데도 한반도에서 위기가 크게 고조되지 않았습니다. 위기가 커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위기를 고조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을 하지 않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지 않았다는 걸 자신의 최대 외교적 성과로 내세워 온 터라 새삼 긴장이 고조되는 걸 원치 않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그런 트럼프를 철저히 농락했습니다. 지난달 10일 북한 노동당 75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 등장한 ‘괴물 ICBM’과 ‘북극성-4’ SLBM이 그 증거입니다.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 일본에 주둔한 미군을 겨냥하는 핵미사일들입니다. 김정은한테 ‘연애편지’를 받았다고 떠벌리는 트럼프가 2017년처럼 강경한 대북 입장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달래가면서 뒤로는 ‘회심의 일격’을 준비한 겁니다.

북한이 준비한 ‘회심의 일격’은 잠시 화제를 뿌리기는 했지만, 대통령 선거에 정신이 팔린 미국이나 ‘추미애-윤석열 막장 드라마’에 이목을 빼앗긴 한국에서도 기대하는 만큼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김정은이 섭섭하지나 않았을지 모를 일입니다.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심야 군사퍼레이드를 준비하느라 정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흥행 실적이 영 신통치 않았으니 말이죠.

그런데요, 김정은이 실망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김정은이 준비한 군사 퍼레이드는 곧 본격적인 흥행 궤도에 오를 전망입니다. 다소 경망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만 이제부터 본론입니다.

지난번에 다섯 번째 시나리오가 미국 학자의 논문에 근거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브래드 로버츠라는 사람의 논문입니다. 현재 미국의 3대 핵무기 연구소 중 한 곳인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국제안보연구센터장으로 있는 사람입니다.

예전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부 핵 및 미사일 방어정책 담당 부차관보로 일하면서 미국 정부의 전세계 핵억지 정책을 현장에서 실현시켜 나가던 실무 책임자였습니다.

논문 제목은 “핵무장을 강화하는 북한과 살아가기-심해지는 핵위협을 막으려면”입니다. 논문은 비교적 장문입니다만 뒷부분의 전문적인 내용들은 생략하고, 앞 부분에 있는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한 설명을 주로 소개하겠습니다.

서문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이런, 평양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려던 미국의 가장 최근 노력이 그 이전의 모든 노력과 마찬가지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 결과 지금 상황은 다음과 같다고 설명합니다. 좀 길지만 중요한 내용들이니 지루하더라도 끝까지 들어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북한의 핵무장 진전은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이익을 여러 가지로 왜곡시킨다. 한국과 일본의 생존을 위협함으로써 북한이 미국과 정면 대결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두 동맹국들이 발을 빼거나 오히려 미국이 물러서라고 설득하려 들 수 있다. 북한이 핵을 지렛대 삼아 한국과 일본을 강압하려 할 것이라고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이 걱정하고 있다. '(중략)

‘북한의 핵무장 진전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조만간 무력화할 것이다. 미사일 방어 담당 북부사령부 관계자들이 5년 안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위협은 동맹국들에 대한 위협과 달리 미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공격을 일부라도 막지 못하게 된다면 유사시 미국이 기꺼이 동맹국들을 방어하려 할 것인지를 의심받게 될 것이다.’(중략)

‘북한의 핵무장 진전으로 유사시 하와이와 본토의 항구와 기지에서 군사력을 한반도에 투사하는 걸 전제로 만든 한국 방어 작전계획을 실행하지 못할 수 있다.’(중략)

‘2018년 ‘국가방위전략 검토’에서 지적한 대로 미국은 핵무장한 적과의 국지전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핵무장한 적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작전을 방해하는 걸 막을 방법을 미국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래드 로버츠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이론적으로 7가지 정도 꼽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외교적 노력과 억지력을 강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방식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논문은 이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구체적 형태인 ‘확장억제’는 북한의 핵능력이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을 깨트릴 수 있는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가정 아래 만든 정책이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그 가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쉽게 말해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됐는데,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위해 북한과 맞서려 할 것이냐는 거지요. 또 한국과 일본도 북한의 핵위협에 굴복해 미국 편에 서지 않으려 할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의 핵무장 진전에 맞대응할 수 있을 만큼 한미, 미일의 집단안보 의지가 현재로선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다.

따라서 미국 핵우산인 ‘확장억제, 영어로 'Extended Nuclear Deterrence’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억제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참고로 확장억제는 주기적으로 B-52 전략핵폭격기를 동북아시아에 출격시키고, 비밀이지만 주일 미 공군에 F-15와 F-16 전폭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폭탄을 비축하며, 전략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을 동북아시아에 상주시킨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주한미군은 핵무기 사용을 결정하거나 실행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후 논문은 나토 방식을 일부 도입해 한미, 한일의 북핵 위협 억제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매우 전문적이기도 하고 과연 실효성이 있는 대책인지조차 제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논문 내용은 더 이상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다른 글을 소개합니다. 주한미군으로 12년 동안 근무한 뒤 미 정보기관에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 담당으로 근무했던 마커스 갈라우스카스라는 사람이 쓴 글입니다. “북한이 다탄두로켓을 시험 발사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제목입니다. 절박감이 느껴지는 표현입니다.

그냥 두면 북한이 몇 달 안에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에 나설 것이라면서 다탄두 미사일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겁니다.

다탄두 탄도미사일 기술은 이미 개발된 지 70년이 지났기 때문에 북한이 쉽게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지만, 시험발사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성능을 확신할 수가 없어서 실전 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험발사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필자는 북한이 다탄두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게 되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은 새로운 차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진 않지만 맥락상 북한에 인센티브를 줘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북한과 협상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는 거지요.

다탄두 미사일을 개발할 때까지 뭐 하다가 인제 와서 시험발사라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만큼 절박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모두에 경망스럽게 말씀드린 건 딱딱한 얘기를 길게 하려고 미리 깔아 둔 복선이었습니다. 김정은이 준비해온 ‘회심의 일격’이 이제 슬슬 흥행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전문가들은 모두 입을 닫고 있었습니다. 말해 봤자 트럼프가 알아듣지도 못할 것 같고 입만 아프다고 생각해서 그랬을까요?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트럼프와는 대조적입니다. 상원 외교위원장, 부통령 등을 역임해 외교나 안보 문제에 아주 해박하다고 합니다. 미국 전문가들이 갑작스레 이런저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바이든 당선자가 충분히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브래드 로버츠는 중장기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뭉뚱그려 말한다면 어차피 북한이 핵능력 진전을 포기할 것 같지 않으니 억제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통해 북한이 물러서도록 하자는 주장입니다. 정책 전문가로서 억제력을 강화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반면에 마커스 갈라우스카스는 당장 북한과 협상하라는 식입니다. 미국에선 이처럼 바이든의 당선을 계기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이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회가 되는 대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어떻냐구요?

글쎄요. 저는 설득도, 압박도, 외교 노력도, 군사력 강화도, 심지어 지원까지도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북한의 핵능력이 추상적 차원을 넘어 구체적 현실이 된 지 오래지만, 이런 사실을 새삼 깨달은 듯한 목소리가 뒤늦게 미국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도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듯합니다. ‘추미애-윤석열 막장 드라마’도 이제 신물이 나는 지경이니 우리도 관심을 좀 가지게 될 수 있을까요?

창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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