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수도권 유출 막아라" 위기 느낀 지자체 '통합' 추진

입력 2020.11.05. 17:31 수정 2020.11.08. 18:00 댓글 1개
천년 한뿌리 광주·전남 34년만에 다시 하나로
③ 대한민국의 행정지도가 바뀐다
자원 응축 경쟁우위 생존 전략
'초광역 자치정부' 전국적 현상
기초 지자체도 곳곳 통합 물결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열린 지난 9월21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시청별관 대강당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공론화 위원들이 '대구·경북 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출범을 기원하며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시와 전남도가 이제 막 통합 논의를 시작했지만 광역·기초자치단체 여러 곳이 하나로 통합해 초광역 자치정부로 만들자는 '행정통합' 논의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통합을 통해 몸집을 불려 수도권에 빨리는 인적·물적자원의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배경이다. '생존전략'인 것이다. 나아가 자원의 응축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지자체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번 광주·전남 통합 논의는 과거 두번의 실패 때와는 다른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선점…부울경 '메가시티'

행정통합 논의를 선점한 것은 대구·경북이다. 2022년 7월 '대구·경북특별자치도' 출범을 목표로 한다. 이미 양 시·도지사가 통합에 합의한 후 지난 9월21일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공식으로 출범한 데 이어 3차례 공론화위원회 회의를 열며 논의를 진척시키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1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동남권 메가시티와 지역주도형 뉴딜'을 주제로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권역별 토론회 등 여론수렴과 공감대 확산 뒤 통합 기본구상을 마련해 올해말 주민투표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내년 6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2022년 7월 행정통합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2개 광역시·도는 한 곳으로 통합되고 산하 지자체도 특별자치도 아래 배속되는 방식이다. 계획대로 통합되면 1981년 경북도에서 대구시가 분리한 지 41년 만에 다시 한 몸이 된다. 면적은 전국토 20%, 인구 510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167조7천억원의 거대한 자치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부산·울산·경남은 행정통합 대신 경제권 통합이라는 '메가시티' 구상을 진척시키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제안한 이 구상은 인구 800만명인 부울경 세 도시를 광역화해 수도권에 버금가는 거대도시권을 형성하는 것이다. 연합형태이기 때문에 행정통합보다 실현 가능성도 크다.

이미 지난 4월 자치단체장 간 합의로 부울경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메가시티 조성 3대(산업·공간·제도)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3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동남권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공동연구에서는 동남권 메가시티를 실행할 행정기구인 '특별연합'이 제안되기도 했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 출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김경수 지사가 최근 공식석상에서 메가시티를 위해선 부산과 경남을 우선 행정통합하고 그 뒤 울산까지 통합하는 것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어 방식에 변화가 올 가능성도 있다.

충청권에서는 허태정 대전시장이 연일 대전-세종 통합 화두를 던지고 있다. 200만 도시로 성장해야 도시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허 시장은 지난 7월 "대전과 세종이 통합하면 200만 이상 광역도시로 행정수도 기반이 됨은 물론 중부권의 한 축이 돼 국가균형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통합론을 띄웠다. 이어 지난달 22일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대전세종연구원은 통합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기초자치단체도 통합 물결…소지역주의 과제

기초자치단체들도 생존을 위해 또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통합했거나 논의 중에 있다. 앞서 통합에 성공한 지자체들은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력도 성장하고 있지만 소지역주의는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모범 통합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기존 4개 시·군을 합쳐 특별자치도로 전환하고 기존 시·군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 행정시로 개편했다.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특례를 부여받은 제주특별자치도는 타 광역자치단체를 넘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기 시작했다. 단계적 규제완화로 관광·의료·첨단산업 등 핵심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기준으로 통합 당시 대비 인구는 56만에서 69만명으로 1.2배, GRDP는 8조5천억원에서 19조원으로 2.2배, 재정은 4천337억원에서 1조4천487억원으로 3.3배 증가했다.

2010년에는 경남 창원·마산·진해가 통합해 인구 100만명 광역도시로 출범했다. 통합 창원시 예산 규모는 통합 이듬해인 2011년 2조4천800여억원에서 올해 4조2천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10년간 창원지역 기업체는 총1천300개가 늘었고 근로자도 4만여명 늘어났다.

2014년 7월에는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했다. 인구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기초단체 중 창원시 다음으로 많고 예산도 2조4천억원으로 전국 220여개 기초단체 중 네 번째다. 이 기간 육성한 오송생명과학단지는 수많은 기업이 몰리며 세계 3대 바이오클러스터로 변모했다.

'3려 통합'으로 불린 1998년 여수시-여천시-여천군 통합도 성공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기간 국내·외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산단의 꾸준한 성장으로 전남 제1의 도시의 입지를 다졌다. '2012년 여수 엑스포 개최' 등 다양한 국제행사를 유치하면서 국내 최대 관광지로도 성장하는 질적·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여전히 구 여천시·군 지역과 여수시 지역의 소지역감정이 잔여물로 남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가장 최근으로는 목포와 신안이 지난 7월10일 통합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통합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있지만 빠르면 2014년 늦어도 2026년에는 통합 자치단체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

# 관련키워드
# 이건어때요?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