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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세월호 기록 공개될 수 있을까···국회, 국민동의청원 심사 全無

입력 2020.11.08. 10:30 댓글 0개
靑 국민청원, 연 평균 63건…국회 청원은 10개월 간 16건
21대 국회 청원 9건 상임위 회부됐지만 아직 심사도 안 해
청원 심사기간 30일로 단축하는 내용 법안 발의되기도
文대통령 탄핵 vs 탄핵 반대 청원 나란히…정쟁용 우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4·16 가족협의회 및 각계 인사 등 참석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4·16세월호참사의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의 입법 약속 이행 촉구 및 10만 국민동의청원 국민 동참 호소 기자회견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0.22.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문광호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재직 당시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물을 공개하라."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라."

"공무원·교원도 기본권의 주체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직무와 관련된 경우가 아니라면 온전하게 정치적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에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 국민의 목소리가 잇따라 전달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이 성립 요건인 10만명 동의를 받아 국회 소관 상임위로 회부된 것이다. 여기서 청원은 국민이 국가기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나 희망을 진술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동의청원은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지만 5000만명이 넘는 국민의 뜻을 완벽하게 받들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에서 논의가 시작돼 지난해 4월5일 관련 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로 인해 이전에는 서면 접수 후 의원의 소개를 받을 때만 가능했던 청원이 30일 이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인터넷을 통해서도 가능해진 것이다.

[서울=뉴시스]국회 국민동의청원 성립 현황 통계(사진=국회 제공)

◇靑 국민청원, 연 평균 63건 성립…국회 청원, 10개월 간 16건

이처럼 전 국민이 직접 청원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지난 1월10일 첫발을 내디딘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10개월이 지난 현재 기대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동의청원 추진 배경에는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창구로 각종 청원이 쏟아지자 이를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실제로 법안 발의 후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원회에서 논의에 진척이 없자 지난해 3월7일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은 임시국회 개회사를 통해 "국회 청원 시스템 개혁안도 운영위에 계류 중"이라며 "헌법상 국민은 국회에 청원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구도 국회다. 그럼에도 청와대로 청원이 몰리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원 성립요건을 30일 이내 10만명으로 정한 것 역시 청와대 국민청원 성립요건인 30일 이내 20만명 이상의 국민 동의보다 기준을 낮춰 보다 많은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뉴시스가 국회로부터 제출받은 국민동의청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10일 국민동의청원이 시작된 후 지난 5일까지 총 2159건의 청원이 등록됐으며 이 중 100명 찬성(공개 여부 결정 요건)이 충족돼 공개된 청원은 165건,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성립된 청원은 16건에 불과하다.

청와대가 공개한 국민청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월19일부터 2020년 7월31일까지 20만명 이상 동의를 받은 청원은 189건으로 연 평균 63건에 달한다. 국회동의청원보다 성립 요건이 더 까다로움에도 더 많은 청원이 성립된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일평균 청원 수도 817건에 달해 약 10개월 간 2159건의 청원이 등록된 국회 국민동의청원과 비교된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의 동의 수는 1년차에 비해 3년차가 1.7배, 방문자 수는 2.4배가 늘어 당초 입법 취지와 달리 분산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조경태 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 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4. photo@newsis.com

◇21대 국회서 9건 상임위 회부됐지만 아직 심사도 안 해

가장 큰 문제는 청원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 7월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에 관한 청원을 시작으로 총 9건의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본회의 처리는커녕 상임위에서 청원을 다루는 소위원회인 청원심사소위에서 논의된 법안조차 없다.

지난 4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21대 국회 첫 청원심사소위원회(청원소위)가 열렸지만 의원 소개 청원 2건을 심의하는 데 그쳤다.

이에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7일 신속한 청원 심사를 위해 성립된 청원의 심사기간을 30일로 단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제안 이유에 대해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청원이 제때 심사되지 못해 폐기되는 등 심사기간의 장기화로 인해 전자청원 제도의 실효성이 약화되거나 청원의 시의성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2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탄핵에 관한 청원'이 게시 4일 만에 청원 요건인 10만명을 넘어섰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청와대 국민청원과 달리 요건이 충족될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와 심사 등 절차를 거쳐 조치 여부를 판단한다. 2020.03.02.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 탄핵 vs 탄핵 반대 청원, 대결 장 되기도

국민동의청원이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부작용도 있었다.

이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11월 국민동의청원 관련 법의 국회 운영위 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이미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은 "이해관계에 따라서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정반대의 청원을 마구잡이로 국회에 던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국민의 민의가 왜곡될 수 있고 국회가 한쪽 손을 들어야만 하는 경우 난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지난 3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에 관한 청원과 문재인 대통령 탄핵 반대에 관한 청원이 일주일 간격으로 올라와 1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탄핵 청원은 문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미흡하다는 내용이었고 탄핵 반대 청원은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였다.

두 청원은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에 회부됐지만 어떠한 논의도 없이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청원심사소위가 활성화 돼서 국민들의 청원이 의원들을 거치지 않고도 법을 제안할 수 있다는 취지를 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국회가 적극적으로 청원을 처리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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