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광주 도시·건축 선언'과 문화도시

입력 2020.11.02. 18:33 수정 2020.11.02. 18:34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광주를 찾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 중 하나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아픈 손가락이다.

문화전당이 수행하는 각종 의미 있는 역할들을 전제로 하더라도 이 아픈 손가락 드러내기 쉽지 않다. 21세기에 지어진 이 국가건축물은 장애인 접근을 쉬 허락하지 않는다. 이곳 장애인 엘리베이터도 시민단체 지적으로 추후에 만들었다. 공공장소의 접근권은 도시 인권(문화적 수준)의 판단 요소중 하나인데 전당은 부끄러움도 없이 우리를 배반한다.

앞으로 광주시에서는 더 이상 이같은 폭력적 건축물이 들어서지 않으리라고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광주시가 지난주 발표한 '광주 도시·건축 선언'에 기대서다. 도시·건축 선언은 '광주답게,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도시공간' '다양성이 공존하는 편안한 도시'를 천명한다.

앞으로는 건축이 들어서는 도시환경, 그곳 시민들의 삶과 연관해서 고민하겠다는 다짐이다. 건축을 도시계획의 전 과정에서 읽어낸 이 선언문은 향후 광주 도시 정책의 전면적 변화를 예고한다.

선언은 헌법에 해당하는 전문과 각 법률에 해당하는 10개의 조문으로 만들어졌다.

이들 조문은 도시정체성이나 미래를 고민하는 '역사와 미래' 등 시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회적 문제들을 항목으로 한다. 여기에 최근 고층아파트 문제로 논란이 된 공공재로서의 조망권 등을 다룬 '경관과 조망', 장애인 접근권 등을 다루는 '안전과 공존' 외에도 '마을과 공동체', '공동주택과 주거인프라' 등 현안을 망라하고 있다.

성장과 개발위주의 도시계획, 아파트 숲에 허덕이는 도시에 대한 반성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다짐인 셈이다.

이 대장정이 의미를 갖추기 위해서는 현실에서의 정책 반영이 뒤따라야한다. 시는 환류 시스템을 만들어 선언문의 정신을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서울이나 부산 등 타 시도가 관련 선언으로 그친 것보다 한발짝 나아간 것이다.

그럼에도 정책의 실효를 다짐하기는 쉽지 않다. 총괄건축가를 지원하는 인력체계 등 여러 과제가 병행돼야한다. 결국 총괄건축가제, 건축의 공공성, 사람 중심의 도시계획을 구현하는 일은 앞으로 행보가 중요하다.

이 아름다운 선언의 실행여부는 시민 삶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광주다움'이라는 도시 정체성을 구현해갈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중요한 여정이다.

'약자의 접근을 우선하는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건축물이 도시 공간에 보물처럼 들어선 도시, 아파트 단지가 이웃을 격리하지 않고 함께 공존해 나가는 도시, 조망권 등 도시의 아름다움을 특정 건축물이 독점하지 않고 시민들과 공유하는 도시, 무엇보다 건축물이 사람을 우선하는 도시'

이같은 도시환경은 그 자체로도 멋과 품위를 선사한다. 여기에 이 도시는 문화예술이 넘쳐나고 예술인들이 살아갈 자양분이 넘쳐날 것이라는 점에서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예술인, 창의적 인재들이 몰려들지 않고는 못 베길 것이다.

건축이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문화가 삶의 양식의 총화라는 점에서 이번 도시·건축선언은 인권과 도시개발이 어우러진 문화적 선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이 기회의 무대 잘 만들어가길 기대한다.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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