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단풍(丹楓)과 낙엽(落葉)

입력 2020.11.02. 18:29 수정 2020.11.02. 20:04 댓글 0개
김대우의 약수터 무등일보 취재1본부

기온이 0도 가까이 내려가면 나무는 월동 준비를 한다. 줄기에서 잎으로 가는 물줄기를 차단해 엽록소 생산을 멈춘다. 그리고 잎 안에 빨간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을 만든다. 이 안토시아닌 때문에 잎이 빨갛게 변한다. 이걸 단풍이라 한다.

나무마다 단풍색깔이 다른 것은 엽록소나 색소성분과 양에 차이가 있어서다. 안토시아닌이 많으면 빨간색, 광합성을 돕는 카로티노이드가 많으면 주황색, 크산토필이 많으면 노란색 단풍이 든다. 지금처럼 건조하고 일교차가 크면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 생산을 촉진해 단풍이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물 든다.

단풍은 산마루부터 시작해 계곡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온다. 대체로 10월 하순에서 11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그래서 이 시기를 단풍의 계절이라 한다. 예부터 '중구절(重九節·음력 9월9일)'이면 국화로 화전(花煎·꽃을 넣어 만든 부침개)을 만들어 먹으며 단풍놀이를 즐겼다. 지난달 21일 물들기 시작한 무등산 단풍도 3일 절정을 앞두고 있다.

시인 양진건은 '단풍'이라는 시에서 '아흔아홉 골/ 단풍을 보고 있자니/ 아, 억장이 무너져/ 나도/ 언제 한번이라도 저렇게/ 제 몸 온전히/ 불사를 수나 있을지/ 저렇게/ 비탈 구르며 달려 와/ 제 몸 기꺼이/ 내어줄 수나 있을지/ 찬란해라, 절정이여/ 서러움이여.'라고 노래했다.

짙은 단풍은 낙엽의 시기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나무는 한 해 동안 쌓인 찌꺼기를 낙엽으로 버린다. 그런 점에서 단풍과 낙엽은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기 위한 생명의 몸부림이다.

만추(晩秋)의 거리와 산은 온통 울긋불긋 하다. 사람들은 형형색색의 단풍을 보기 위해 너도나도 산을 오른다. 올해는 유독 홀로 산을 오르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 확산 우려 때문이다.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은 환영할 일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산에서 조차 작동되는 현실이 서글프다.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시작한 2020년도 어느덧 달력 두 장만을 남겨놓고 있다. 어느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답답한 마스크에도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다. 단풍으로 절정을 꽃피우고 낙엽으로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는 현명한 나무처럼 이제 우리도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이 '난공불락'의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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