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이예술의 알콜로드]굴이 제철, 샤블리도 제철

입력 2020.10.30. 06:00 댓글 0개
샤블리 특유 미네랄 풍미, 해산물과 환상궁합
와인 페어링 땐 '신토불이' 기억하세요
[서울=뉴시스] 신선한 굴과 함께한 루이자도 샤블리.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씨알이 굵고 통통한 생굴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입 안에 바다가 펼쳐졌다. 근 일 년 만에 맛보는 굴. 크리미한 질감과 짭쪼름한 내음에 콧노래가 절로 난다. 이제 향긋한 와인으로 화룡점정을 찍을 차례. 부르고뉴 샤블리가 찰떡궁합이다.

샤블리는 프랑스 부르고뉴 북쪽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샤르도네 품종을 사용해 화이트 와인을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샤블리는 지명이자 와인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서늘한 기후 특성으로 산도가 좋은 와인이 생산되는데 청사과와 레몬, 흰 꽃, 그리고 '젖은 돌'로 표현되는 미네랄리티를 잘 느낄 수 있다.

'와인에서 돌 맛이 나다니? 돌을 핥아봤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마셔보면 이해가 간다. 뒷맛이 짭짤한 것 같으면서 왠지 모르게 바다 내음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신기한 사실은 과거 샤블리 지역이 바다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땅을 파보면 굴이나 조개 껍데기가 발견된다고 한다. 샤블리와 굴이 천생연분인 이유는 이 같은 토양의 특성에서도 기인한다.

와인과 음식을 페어링 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신토불이'다. 같은 땅에서 난 술과 음식이 잘 맞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샤블리와 굴은 신토불이 원칙을 설명할 때 가장 쉽게 드는 예시다. 생굴에 가볍고 신선한 느낌의 샤블리를 곁들이면 해산물의 감칠맛과 와인의 미네랄 풍미가 어우러지며 음식과 술 모두의 맛을 더 좋게 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아무런 양념을 하지 않고도 잘 어울리지만, 와인과 함께하려면 초장보다는 진하지 않은 소스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양파와 파프리카, 배추를 잘게 썰고 레몬즙, 올리브유, 약간의 타바스코 소스를 넣어 버무리면 와인 안주로 훌륭한 굴 세비체가 된다.

주의해야 할 점이자 다행스러운 점. 대부분의 와인은 비쌀 수록 맛있지만, 해산물과 함께 즐길 샤블리는 비교적 저렴한 것을 골라도 큰 실패가 없다. 오히려 오크통에서 숙성한 고급 샤블리는 해산물의 비린 맛과 충돌해 서로의 맛을 해친다.

또 한 가지 반가운 지점은 여기가 프랑스보다 굴이 저렴한 한국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에선 석화를 세 가며 개당 3~4 유로씩 지불해야 하겠지만, 우린 10㎏ 짜리 한 망을 2만~3만원에 사서 가족들 모두 모여 굴로만 배가 터지게 먹을 수 있다.

그들은 한 알 한 알을 아껴먹는데, 우리는 한 주먹씩 집어 국에도 넣고 끓여먹으니, 굴을 주재료로 한 푸짐한 상차림 앞에서는 샤블리를 보유한 프랑스가 부럽지 않다.

찬바람이 불자 잠시 소원했던 화이트 와인에 다시 손이 가기 시작했다. 여름은 여름대로 시원하고 가벼운 맛에 한 잔, 겨울은 겨울대로 해산물에 곁들이는 재미가 좋아 한 잔. 긴 겨울이 다가온다. 해물 파티와 함께할 화이트 와인 몇 병은 쟁여 놔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