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폭등' '품귀' 전세난 가중···진퇴양난에 빠진 세입자들

입력 2020.10.29. 16:08 댓글 0개
서울 전셋값 70주째 상승…상승폭도 다시 커져
3천가구 대단지도 매물 2~3개…품귀현상 지속
전세 품귀에 배짱 호가…'전세난민' 곳곳 아우성
마땅치 않은 전세대책 진퇴양난…"다각적 고민"
분노한 시민들 청와대 게시판 몰려…"지옥같아"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 내년 2월 결혼을 앞둔 김모씨는 날이 갈수록 오르는 전셋값 때문에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당초 4억원에 아파트 전셋집을 얻으려고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일대를 물색해 왔는데 이 동네 24평형 아파트 전세 호가가 5억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대출을 더 받든지 직장에서 좀 더 먼 지역으로 알아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3~4개월 후에는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 이야기와는 다르게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불안하기만 하다.

#. 경기도 하남에 사는 세입자 박모씨는 내년 3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직접 거주할 테니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고 시름에 빠졌다. 전세 매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박씨가 2년 전 맺은 전세가격은 3억원이었는데 그 사이 두 배나 올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파트에 살기에는 새로 받아야 하는 대출금 부담이 너무 커 다가구나 다세대를 알아보기로 했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전세 매물 부족과 이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전세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0% 올라 70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주(0.08%) 대비 0.02%포인트(p) 오른 것인데, 최근 3주 연속 0.08%를 유지하던 상승폭이 다시 확대된 것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상승폭은 훨씬 더 크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올해 초만 해도 5억원 후반이던 전용면적 59㎡ 전셋값은 최근 7억원대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고 매물 호가는 8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모씨는 "전세가격이 두 달 사이 1억원 가량 오른 것 같다"며 "전세가격이 더 오르면 올랐지 내려갈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세 매물도 '씨'가 말랐다.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의 경우에도 거래가 가능한 매물이 2~3건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3003가구 대단지 한진한화그랑빌의 경우 현재 전세로 나와 있는 매물이 3개뿐이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2061가구 대단지 북산한아이파크의 경우에도 현재 전세 물건이 2개에 불과하다.

전세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는 것은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영향이 크다. 2년 더 살겠다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부족해진 것이다. 또 집주인들이 기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 등으로 전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임대차법으로 기존 세입자들은 추가 2년의 주거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지만 새로 전세를 구하는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들은 가파르게 오르는 전세가격에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전세시장 불균형은 통계로도 확연히 나타난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 KB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95.2를 기록했다. 이는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뉴시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불안이 단기간 내에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서울 지역 입주 물량이 극히 적다는 것이 그 이유다.

부동산 정보 업체 직방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 입주 단지는 1개, 296가구에 불과하다. 단 55가구만 입주했던 2018년 5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주장해 온 정부도 최근에는 전세시장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고 인정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세가격이 아직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니까 불안한 상황이긴 하다"라며 "상승폭이 줄어드는 상태로 보였는데 최근 2주 사이에는 (상승폭이 줄어들지 않아)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금리라는 외적 요인이 있는데다 제도의 변화가 있다 보니 (전세시장이) 많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일정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8일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민의 주거 안정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세시장 관련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뜻도 밝혔다. 여당과 정부는 지난 21일 경제상황점검회의를 갖고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11월 초에는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안조정회의에 참석해 자리하며 인사하고 있다. 2020.10.29. kmx1105@newsis.com

하지만 당장 전세난을 완화할 만한 대안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표준임대료 제도 도입이나 신규 계약까지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은 정부가 검토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국감에서 두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검토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김 장관도 신규계약까지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임대차3법을 논의할 때 그런(신규 계약분 적용)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지금 다시 (추진) 하기는 여러 가지 검토할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월세 세액 공제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처럼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쓸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전세시장 안정대책 발표 시기와 방법이 결정된 게 없다"면서 "빨리 대책을 내놓기 위해 여러 가지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난민들의 아우성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한 시민은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려 이목을 끌었다.

이 청원인은 "지난 1~2월에 매매하려 했던 가격이 지금 전셋값으로 뒤바뀌었다"며 "그마저도 나오는 전셋집이 거의 없어 부르는 게 값이 돼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 장관, 관료, 이념에만 사로잡힌 정치인들이 탁상 행정으로 헛발질 하는 동안 그 피해는 저 같은 돈 없는 서민들에게 다가오고 있다"며 "대통령과 민주당이 만들어놓은 이 지옥 같은 대한민국에서 오늘도 밤잠을 설치며 눈물 흘리는 청년들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srb7@hanmail.net전화 062-510-115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사랑방미디어'

부동산 주요뉴스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