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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거부 선수 해고하라" 트럼프 요구에 난처한 NFL 구단주들

입력 2017.09.25. 17:19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의 '무릎꿇기' 항의시위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구단주들도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미국 사회에서 NFL 구단주는 대부분 백인 주류 사회를 대표하는데다 대선때 트럼프 대통령을 후원한 인물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앨라배마주 헌츠빌을 방문해 가진 연설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표시로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는 선수들을 비애국자로 비난하면서 "구단주들에게 이런 개XXX들을 해고하라고 말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해고 요구'에도 오히려 선수들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는 구단과 구단주들이 늘고 있다. 인종주의에 저항하는 선수들의 행동이 점차 팬들의 강한 지지를 얻으면서 다른 종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구단주인 로버트 크래프트가 이번 국면에서 가장 예상밖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래프트는 대통령의 친구이자 후원자다.

크래프트는 전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나는 대통령의 금요일 발언에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 선수들은 지적이고 사려깊고 공동체를 깊이 아낀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권리와 사회 변화를 위한 그들의 평화로운 행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최고경영자인 제드 요크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발했다.요크는 "대통령의 냉정하고 모욕적인 언사는 위대한 이 나라가 상징하는 것과 맞지 않는다"며 "우리는 미국과 세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선수들의 평화로운 행동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지미 하슬람과 휴스턴의 구단주 밥 맥네어도 지난 대선때 트럼프 측에 기부금을 낸 구단주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하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잘못 인도했고 분열시켰다"고 꼬집었다. 맥네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지금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것과는 달리 역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구단주 대니얼 스나이더는 지난 일요일 저녁 고심을 거듭하다 선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트럼프의 취임식 준비위원회에 100만 달러를 기부한 인물이다. 스나이더는 선수들의 무릎꿇기 저항에 대해 "분열을 치유하고 공동체에 화합과 존중심을 가져다주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구단주 제프리 루리는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때 선수들과 함께 팔짱을 끼며 반트럼프 시위에 동참했다. 디트로이트 라이언스 구단주 마타 파이어스톤 포드도 필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행동에 나섰다.

뉴욕 제츠의 크리스토퍼 존슨은 비교적 건조한 톤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형 우디 존슨이 트럼프 정부에서 주영 미국대사로 임명되자 임시 구단주직에 오른 인물이다. 존슨은 지난 일요일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나란히 서서 "우리는 우리 선수들이 공동체에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게 자랑스럽다"고 언급했다.

반면 현재까지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나 침묵을 지키고 있는 구단주들도 있다.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구단주 제리 존스는 이번 일과 관련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어떤 일에도 즉흥적으로 발언하길 좋아했던 평소 모습과는 다르게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캐롤라이나 팬서스 구단주 제리 리처드슨 역시 정치적인 설전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현재 32개 NFL 구단 중 절반 가량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또는 선수들의 무릎꿇기에 대한 지지 성명을 내놓은 상황이다. 경기전 국가 제창때 무릎꿇기를 하는 선수들은 약 200여명으로 늘었다. 전체 선수 중 8명 중 1명이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무릎꿇기 저항은 지난해 8월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처음 시작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다. 캐퍼닉은 당시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대응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다른선수들과 달리 국가연주때 무릎을 꿇은 자세를 취했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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