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청소년들이 학생독립운동에 관심을 더 가졌으면···"

입력 2020.10.27. 16:34 수정 2020.10.28. 20:22 댓글 0개
한신원(70) 광주서중일고 100년사 편찬위원장
한신원 광주서중일고 100년사 편찬위원장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정신을 계승하는데 앞장서 주기를 바랍니다."

오는 30일 광주제일고 교정에서 열리는 광주서중일고 개교 100주년 기념식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신원(70) 광주서중일고 100년사 편찬위원장.

27일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역사관에서 만난 한 위원장은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2017년 광주서중일고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출발하면서 함께 참여한 한 위원장은 기념사업회 간사와 함께 100년사 편찬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기념사업회는 서중일고 100년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책자로 발간하기로 했고 동문들의 활동을 파악해 사료로 남기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모교의 역사를 정리하려 나섰으나 막막했다. 1947년 화재가 발생해 학적자료가 모두 소실됐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독립운동에 가담하거나 관여했다면 퇴학당했거나 학교를 중도에 그만 뒀을 것이란 판단아래 퇴학자를 먼저 찾기 시작했다.

담양에서 한이직기념도서관 관장을 맡고 있는 한 위원장은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12만권의 책과 2천여 점의 역사서를 바탕으로 동문 선배들의 활동상을 추려나가기 시작했다.

독립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서 퇴학자 300명을 찾았고 명예 졸업한 99명도 찾아냈다.

일제 강점기 때 재판기록이나 과거 자료를 활용해 한 명 한 명 활동과 학적 사항을 확인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학생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동문 300명을 추려냈고 다시 6·25전쟁과 민주화 과정에서 족적이 뚜렷한 동문 200명을 추가로 선별했다.

4년 동안 이들 500명 동문들의 활동과 발자취를 조명한 책 '무등의 빛'을 이번 기념식에서 헌정하게 됐다.

독립운동과 민주화과정에서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동문 선배 177명을 발굴해 이번 기념식 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게 됐다.

이 중 32명에 대해서는 공적서를 작성해 정부에 서훈을 신청할 예정이다.

광주서중일고 총동창회는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대학 진학을 유도해 동문 선배들의 독립 운동에 대한 논문을 쓰도록 장려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정부에 서훈을 신청하는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1920년부터 해방 때까지 2천500명이 학교에 입학한 것이 확인됐고 이 중 1천200명이 졸업장을 받았으나 1천300명이 중도 포기하거나 졸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앞으로도 학생독립운동과 민주화과정에 대한 연구와 자료조사를 통해 졸업장을 받지 못한 동문을 더 파악해서 수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시절 강사 활동으로 학교를 순환하면서 만난 청소년들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데 반해 광주학생독립운동은 모르고 있다는 점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모교 100주년을 계기로 청소년들이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갖고 정신 계승에 적극 참여하고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기생기자 gingullov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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